84세 할머니 한글에 빠지다! 천도희 할머니 이야기
84세 할머니 한글에 빠지다! 천도희 할머니 이야기
  • 신문수 기자
  • 승인 2019.11.01 1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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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의 도전, 그리고 삶 이야기

경북 안동이 고향인 천도희(84세, 대구시 수성구 만촌3동)할머니는 1937년에 태어나 어린시절을 고향에서 보내다가 14세 되던 해에 6.25전쟁이 일어났다. 19세에 두 살 위인 남편과 결혼하여 슬하에 6남매를 두었으나, 57세에 남편과 사별(당시 맏아들과 맏딸은 결혼)했다. 

갖은 고생 끝에 네 딸을 모두 결혼시키고 한글을 몰라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008년부터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30일 황금종합사회복지관(관장 오윤수)에서 이호승 선생은 배움의 나무(성인문해교과서 초등과정)을 펼치고 47쪽에 나오는 제품설명서를 읽고 '대상 설명하기'란 주제로 할머니 10여 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반복해서 몇 번을 읽고 어려운 낱말풀이를 하고 오후에는 간단한 율동및 대중가요를 합창으로, 마지막은 받아쓰기 10문제로 수업이 끝났다.

지도교사 이호승 선생과 천도희 할머니 -신문수 기자-

  

천도희 할머니가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았다 -신문수 기자-

 

- 어린시절 성장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 저는 1937년 2월에 경북 안동시 월곡면 도곡동(안동땜 수몰지역)에서 천씨 가문에 8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초등학교와 시오리쯤 되는 산골벽지에서 살았습니다. 비가 오면 시냇물을 건너기가 위험하여 학교를 가지 못하고 생활하던 중, 14살때 6.25전쟁으로 배움의 길이 막혀 버렸습니다. 그후 19세에 두살 위인 강영호씨와 결혼하여 슬하에 6남매를 두었습니다.  57세에 남편과 사별(당시 맏아들 맏딸결혼)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네딸을 키워서 모두 결혼을 시켰습니다.

황금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천도희 할머니가 국어 공부를 하고있다 -신문수 기자-

 

- 한글을 배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 그동안 집에서 함께 살면서 매월 처리 해야하는 세금 납부 문제 그리고 은행에서 처리해야 할 일 등을 막내딸이 도맡아 처리했는데 딸이 결혼을 하고 나니,이 모든 어려운 일들이 내 차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까지 세금이나 은행 일을 딸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글을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는 분의 소개로 2008년부터 황금종합사회복지관 황금어르신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었지요.

- 한글을 몰라 곤란했던 경우는 없었는지요?

▶ 그동안 6남매를 키우면서 자녀들의 초등학교 시절 숙제를 도와주지 못하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 가정통신문을 받아보고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해 많이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군생활 할때 편지를 보내오면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못해 속상했지요.

- 한글을 배우고 나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으신지요?

▶ 10여년간 한글을 배우며 보람을 느낀것은 한글 한자 한자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지금은 거리에 나가면 건물명칭 도로표시판 정도는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보람을 느낀것은 올해 6월 8일이 맏아들 회갑이었는데 그때 서툰 솜씨로 삐뚤 삐뚤 한글로 아들에게 편지를 작성하여 낭독하니, 아들이 감탄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편지를 어떻게 그렇게 잘 쓰셨습니까?" 또한 며느리는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천도희 할머니가 아들 환갑을 맞이하여 아들에게 쓴 편지 -신문수 기자-

  

- 연세에 비해 상당히 건강해 보이는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 몇년 전에는 체중이 53kg까지 나가고 혈압도 약간 높았고 당뇨증세도 있었으나, 식사조절과 하루 1시간 30분정도 걷기로 지금은 검진결과 모든것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 뇌 건강에도 도움이되고 치매예방도 됩니다. 10년째 꾸준히 한글 배우는것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면서 느낀점은 무엇인지요?

▶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해보니 기억력이 젊을때 같지 않아서 자주 잊어버려요. 그래서 나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공부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차근 차근 절차를 밟아서 할 것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나처럼 나이들어 공부를 하면은 기억력이나 신체 기능이 젊을 때 같지 않기 때문에 몇 배로 힘이 들어요.

- 한글 공부가 어느정도 되면 향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 아직은 좀 멀게 느껴 지지만 한글공부가 어느정도 되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동화구연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동화구연지도사 자격을 취득하는게 목표가 되겠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점심 식사 후 이호승 선생과 함께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천도희 할머니   신문수 기자
점심 식사 후 이호승 선생과 함께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천도희 할머니와 한글반 학생들     -신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