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재산관리] 등기부를 믿고 거래하면 안 되나요?
[Q&A 재산관리] 등기부를 믿고 거래하면 안 되나요?
  • 김영조 기자
  • 승인 2019.10.25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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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0대 자영업자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여 번 돈으로 B라는 여자로부터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사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C라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이 아파트를 상속받은 실제 주인이라며 소유권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래 이 아파트는 B의 남편 A의 소유였습니다. 그런데 B가 내연남과 짜고 A를 살해한 후 범죄가 발각되기 전에 상속등기를 하여 저에게 판 것입니다. 차순위 상속인인 조카 CB 앞으로 된 등기가 무효이니 제 앞으로 된 등기도 무효라는 것입니다. 잘못하면 저는 아파트에서 쫓겨날 상황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우리 민법상 고의로 피상속인을 살해한 자는 상속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B는 고의로 A를 살해했기 때문에 A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B 앞으로 등기가 되어 있더라도 그 등기는 무효인 등기입니다. C가 상속인으로서 진정한 소유자가 되는 것입니다. 비록 거래 당시 부동산 등기부에 B가 소유주로 명시되어 있고, 등기부를 믿고 B와 적법하게 거래했다 하더라도 C의 소유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등기의 공신력(公信力)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타인의 부동산을 위조하여 자기 이름으로 등기를 한 경우와 같이 등기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되지 않더라도 거래한 자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 공신력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등기부에 나와 있는 권리관계는 추정적 효력만 가지고 있을 뿐 확정적 효력은 없습니다. 등기부를 믿고 거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소유자가 있고, 무효인 등기부를 믿고 거래한 자가 있을 때 진정한 소유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는 C에게 소유권을 반환하여야 하며, 그 대신 B에게 찾아가 손해를 배상받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마저도 B가 도망을 가거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거나 배상능력이 없을 때는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매매나 전·월세 계약을 할 때 유일하게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기부인데 이를 믿고 거래했더라도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최근 기획 부동산 사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계약 내용과 다른 부동산을 보여주거나 개발 호재가 있다고 속이거나 개별등기를 하지 않고 공유지분으로 파는 경우가 보통이며, 사례와 같이 실소유자가 아니면서 등기부상 소유자라고 속여 파는 경우도 많습니다. 독일과 달리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등기부만 믿고 거래하지 말고 등기부상의 소유자가 진정한 소유권자인지 현장답사, 관련서류 확인 등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