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 은행(銀杏) 강도
노상 은행(銀杏) 강도
  • 정신교 기자
  • 승인 2019.10.12 16:14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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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은행나무의 거버넌스(governance)
은행나무 가로수(대구시청 별관)
     은행나무 가로수(대구시청 별관)

 

주말마다 들이닥치는 가을 태풍으로 도회의 가로수들이 몸살을 한다. 은행나무는 환경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의 피해가 적고, 단풍이 고와서, 가로수로서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 전역의 가로수 6백여만 주 가운데 은행나무가 약 20%를 차지하며, 대구 시내에도 일만 주 이상에 달한다. 노란 은행잎을 책에 끼워 간직하거나, 우수에 잠기어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을 걷던 추억들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은행나무 묘목은 암수 감별이 힘들어서, 수나무와 암나무가 마구 섞이어 자라게 된다. 가을이 되면 암나무에 열매가 달리는데, 주황색 과육의 빌로볼(bilobol) 성분과 은행산(ginkgoic acid) 성분으로 인하여 악취가 나게 된다. 이는 식물이 해충이나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잦은 가을 태풍에 땅에 떨어진 열매들이 보도에 쌓이고 행인들의 발에 채여 물러 터지면, 고약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할 뿐만 아니라 도시 미관상에도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

은행알은 과육을 벗기고 알맹이를 씻어서 말리면 식용 및 약용으로 좋은 소재가 된다. 굽거나 익혀서 독성을 줄여서 이용하는데 한방에서는 진해, 거담 등의 효능이 있어, 결핵 치료제로 쓰여 왔다. 은행잎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말초동맥을 확장하여 혈액 순환을 좋게 하는 등의 생리활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은행잎이 가장 좋다고 하여, 푸른 잎을 채취하여 약재로 팔기도 하였다.

오래전에 아주머니들이 서울에서 새벽에 몰래 가로수의 은행알들을 채취하다가 적발되었다. 흔한 가로수이지만, 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유 재산이며, 더구나 몰래 도구를 써서 채취하는 것은 특수절도에 해당되는 범죄 행위이다. 요즈음은 지방자치단체 별로 사전에 채취 신청을 받거나, 또는 공무원들이 직접 채취하여 그 지역 특산품으로 판매하거나 기념품으로 나누어 주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전에 우산 모양의 그물망을 은행나무에 달아놓기도 하는데, 재료와 설치 비용이 많이 들어서 효과가 없다고 한다.

2011년도에 우리나라 산림과학원에서 DNA 분석법으로 1 년생 이하의 어린 은행나무도 암수 감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새로 조성되는 길에는 숫나무를 심으면 되지만, 기존의 도로 상에서 열매가 맺는 암나무와 숫나무 가로수를 교체하는 데는 한곳에 1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악취 문제만 해결하면, 환경 공해에 강하여 생존과 번식이 잘되고 수형이 도시 미관에도 도움이 되며, 잎과 열매도 유익한 식용 약용 자원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

당국과 시민 단체가 합심 단결하여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여 협치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은행알 낙과(대구시철 별관)
     은행알 낙과(대구시청 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