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를 잇는 고택의 매력, 서악서원
전통과 현대를 잇는 고택의 매력, 서악서원
  • 강효금 ㆍ 이원선 기자
  • 승인 2019.10.11 16:0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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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의 누이동생, 문희와 보희의 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
김유신, 김춘추 등 통일 신라를 만든 사람들의 숨결 깃들어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관광 자원으로 탈바꿈
신라 천 년 고도와 조선의 성리학이 만난 고택에서 시간 여행을
능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가 마치 주인을 지키는 호위무사처럼 느껴진다.   이원선 기자
능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가 마치 주인을 지키는 호위무사처럼 느껴진다.    이원선 기자

 

경주의 매력은 무한하다. 어딜 가나 볼거리가 즐비하다. 곳곳에 자리한 거대한 능은 옛 신라의 위용을 자랑하고, 아직 발굴하지 못한 많은 유물들이 땅 속 깊이 잠들어 있다. 작가들은 이 경주에서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고, 또 어떤 이들은 문화재 사이에서 나만의 지도를 지니고 천년 세월을 거슬러 가는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서라벌, 그 긴 세월을 머리에 인 등 굽은 소나무가 뿜어내는 청아한 향기는 몸을 타고 흘러들어 영혼까지 건강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그 서라벌 서쪽에 선도산 줄기를 타고 사릉이 도열해 있고, 그 아래로 마을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서악동이다. 그 가운데 도봉서당과 서악서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진병길 원장이 서악동 삼층 석탑 앞에서 관광객들에게 서악의 유래와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원선 기자
진병길 원장이 서악동 삼층 석탑 앞에서 관광객들에게 서악의 유래와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원선 기자

 

서악동 고분과 선도산 고분군 주변의 대나무와 잡초를 베어내고 주변을 가꾸어 서악마을의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킨 사람은 신라문화원 진병길(55) 원장이다. 진병길 원장은 “그대로 두면 문화재지만 인식을 바꾸면 관광자원이 된다. 문화와 관광을 하나로 묶어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경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신라 천년 古都 경주와 조선시대 유학의 중심지였던 서원. 그 둘의 만남은 이질적이면서도 그 다름으로 인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서악서원은 김유신과 설총, 고운 최치원을 모신 서원이다. 서슬 퍼런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던 그 서악서원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보송보송한 이부자리와 곳곳에 닿은 주인장의 손길은 서원이 지닌 긴 시간을 넉넉함으로 바꾸어 준다. 대나무를 잘라 만든 운치 있는 긴 옷걸이와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하얀 고무신이 주는 편안함에 모든 생각을 내려놓게 된다.

 

서악 서원 앞에 선 이은정 대표. 옛 선인들의 사냥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의상이 고택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이원선 기자
서악 서원 앞에 선 이은정 대표. 옛 선인들의 사냥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의상이 고택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이원선 기자

 

“하루를 묵겠다고 예약한 노부부가 서원의 정감에 반해 닷새를 더 묵고 간 적이 있습니다. 달과 별빛이 주는 정취에 흠뻑 젖어들던 그분들이 기억이 납니다. 부산에 계신 분은 일 년에 여덟 번 정도 우리 고택을 찾습니다. 흙집과 나무가 주는 그 느낌은 어디서도 체험할 수 없는 것이라며, 추운 겨울날 담요를 뒤집어쓰고 바라보는 이 서악의 풍경이 자신을 정화(淨化)하게 만든다고 하시더군요. 무엇보다 연세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함께 웃고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서원을 관리하느라 힘들었던 모든 것을 말끔히 잊게 된답니다” 경주고택 이은정 대표(50)의 맑은 웃음이 오래된 서원의 기둥을 타고 투명한 가을 하늘로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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