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지혜
노년의 지혜
  • 장명희 기자
  • 승인 2019.10.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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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늙는다는 것은 장수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과 같다. 늙지 않으면 장수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장수하기 위해 늙는 것이 당연하다 해도 늙는다는 것이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벌써 고령화 사회라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지도 벌써 오래된 것 같다. 유엔 세계보건기구에서도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의하고 있다. 나이가 노인의 기준에 속하더라도 생물학적, 생리학적, 심리적 측면에서 개인차는 상당하다고 한다. 얼마나 긍정적으로 즐겁게 적극적으로 살았는지 생체의 리듬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젊어도 “해주지 않는다”라는 불평이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면 그때가 인생에서 노화가 시작되는 첫 출발점이다. 자신의 노화가 얼마나 진행되는지 궁금하다면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라고 불평하는 횟수가 하루에 몇 번이나 되는지를 조사해 보면 간단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녀들이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고 많은 불평을 할수록 노화진행의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자립성보다 의존성이 강하고 마음가짐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인생은 보물찾기와 같다. 보물은 의외의 장소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스스로 찾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정말 진정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숨겨져 있다. 되돌아보건데 많은 보물을 찾으면서 승리의 기쁨을 맞이하기도 했고, 때로는 실패의 쓴잔을 마시기도 했다. 이러한 이원론적인 것을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마음을 성장시킬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결코 나이를 먹는 일이 없다. 나는 내가 죽는 날을 인생으로부터 은퇴하는 날로 정했다” 한평생을 끊임없이 연구에만 매달린 에디슨의 한 말이다. 사람은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면 늙어지고 젊었다고 생각하면 젊어진다. 사람이 늙어가면서 생기는 얼굴의 주름은 막을 수 없지만 마음에 생기는 주름은 막을 수 있다. 육체적인 것이며 정신적인 것은 모두 줄어들지만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능력은 더 늘어가는 것 같다. 그만큼 살아오면서 인생의 아름다운 많은 풍요로운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신체적인 불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 그것은 강렬하면서도 다채로운 경험의 영역으로,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숙명이기도 하지만, 초연하게 간직해야 할 어떤 세계이기도 하다. 연륜이란 곧 기나긴 세월 동안의 패배를 뜻하는 동시에 일종의 승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직 이 단계에 도달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도 시간의 비법을 전수받은 노인에게는 의미있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나의 꿈은 무엇이었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노년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삶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된다. 따라서 모든 관계에 대한 후회를 떨쳐버리고 오히려 더욱 더 열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롱펠로우의 말처럼 노년이란 젊음 못지않은 기회의 시기다. 후회를 버리고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야 노년의 삶은 아름답고 멋진 나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