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품 안의 자식
(30) 품 안의 자식
  • 김교환 기자
  • 승인 2019.09.22 17:2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년 말 쯤에 개봉되어 한때 우리 세대들에게 크게 인기가 있었던 ⌜님아! 저 강을 건너지 마오⌟란 영화가 있다. 89세의 소녀 같은 할머니와 98세의 로멘틱한 할아버지는 어디를 가든 둘이서 함께 고운 빛깔의 한복을 차려 입고 두 손 꼭 잡고 정답게 다니던 노부부였다.

어느날 부부가 아끼고 사랑하던 강아지가 죽고 그 충격으로 할아버지의 기력이 점점 쇠약해져서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할머니는 둘 사이에서 낳은 12남매 중 먼저 보낸 6남매의 내의 6벌을 사 가지고 할아버지 무덤 앞에서 “당신 먼저 가니까 우리 애들 만나거든 따뜻한 내복이라도 입혀 주소” 흐느껴 울면서 내복을 불사르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신 기억이 새롭다.

얼마 전 길 잃은 할머니가 서성거리다가 파출소에 신고가 되었다. 경찰에 의해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는 맨발의 중증 치매 환자인 할머니의 신원이 밝혀진다. 우여곡절 끝에 출산을 위해 입원해 있는 딸에게 인계되지만 자신에 대한 기억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자식에 대한 기억만으로 꼭 껴안고 다니던 보따리 속에는 다 식어버린 미역국 한 그릇과 쌀밥 한 그릇이 들어있었다. 이를 본 딸이 엄마를 끌어안고 흐느끼는 모습은 정말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우리말에 “품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다. 자식이 부모를 떠나면 쉽게 잊어버린다는 의미가 되지만 부모 마음이야 품안이든 품 밖이든 다를 바 없다.

아들 뒷바라지로 한 평생을 바친 노부부가 있다. 서울에서 출세한 아들은 대단한 집 사위가 되었다.  노부부는 새로 이사한 아들네 아파트 연락처를 몰라 오늘도 내일도 어린 손자와 아들보고 싶은 마음에 한숨을 쉬고 있다. 노부부는 혹시 아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가하면 노름빚 안 갚아준다고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아들도 있다.  인간을 짐승으로 키운 죄를 누구에게 책임 지워야 한단 말인가 ?

자식은 부모를 산에 묻지만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진다.

사람과 가장 많이 닮은 곰은 새끼를 2살 될 때까지 키우다가 2살이 되면 새끼 곰이 아주 좋아하는 딸기밭으로 데려 간다고 한다. 새끼 곰이 신나게 딸기를 따먹으며 노는 데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어미 곰은 딸기밭을 나와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을 간다.

새끼 곰이 배를 채우고 난 다음 어미 생각을 하게 되고 사방을 살펴보아도 어미는 보이지 않는다. 울며불며 헤매다가 지쳐서 딸기밭 고랑에서 잠을 자고 주위를 돌며 어미를 찾아 며칠을 헤매고 기다려 보지만 소용없는 일로 끝내 어미는 나타나지 않고 어린 새끼 곰은 결국 자기대로 독립해서 살아가게 된다. 껴안는 따뜻함도 엄마 사랑이지만 얼음장 같은 냉정한 마음으로 버리는 것 또한 엄마의 사랑이다.

뒤도 안돌아보며 어미 곰의 새끼를 떼어놓고 떠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냐만, 때가 되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자식과의 정(情)도 버릴 줄 아는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