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의 신(神) - 경산 ‘임당대추농장’ 김영식 씨
대추의 신(神) - 경산 ‘임당대추농장’ 김영식 씨
  • 이상유 기자
  • 승인 2019.09.10 23:0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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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에 평생을 바친 귀농인
전국 최고의 대추 전문가
수확을 앞둔 대추농장에 선 김영식 씨        이상유 기자
수확을 앞둔 대추농장에 선 김영식 씨 이상유 기자

경산시 북부동 소재 김영식(남, 69) 씨의 ‘임당대추농장’에는 올해도 굵은 대추알들이 붉게 익어가고 있다. 문득, 어느 시인이 쓴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장석주 '대추 한 알'

 

탐스럽게 익어 가는 대추알들을 바라보면서 ‘저 안에 영식 씨의 숨결 몇 줄기’라는 한 구절을 보태 본다.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경산대추의 중심에는 대추 박사로 통하는 김영식 씨의 숨결이 녹아 있다. 대구의 한 탄탄한 방위산업체에서 중견간부로 근무하다 1994년 귀농한 그는 25년이란 세월을 대추에 미쳐서 살았다. 이제 대추 분야 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대추의 신(神)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임당대추농장 전경-1. 사진 이상유 기자
임당대추농장 전경-1. 사진 이상유 기자

9월의 가을볕이 한창 대추를 익히고 있는 10일 김영식 씨의 ‘임당대추농장’을 찾았다.

 

- 잘 나가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귀농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는지요?

▶귀농의 동기는 건강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회사생활을 하면서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까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겁니다. 당시, 신경성 위염이 심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무엇보다 건강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하게 되었지요. 물론, 지금은 대추 덕분에 이렇게 건강합니다.

 

- 귀농 후 특별히 대추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처음에는 건강을 챙기면서 400평 정도의 논에 그냥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남는 시간에 농사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여러 종류의 농업 관련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경산지역이 토질이나 기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대추 농사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추 농사를 한번 해보자’ 결심을 하고 본격적으로 대추에 대한 재배와 연구에 매달리게 된 것이지요.

 

- 대추에 대해서는 전국 최고의 전문가란 평을 받고 있는데 대추와 함께한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당시는 요즈음과는 달리 농업에 관한 기술을 배우려고 해도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 대추에 관한 책이라는 책은 모두 사서 정리를 해가면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벼농사를 짓던 논에 대추를 심고 온갖 실험 재배를 했지요.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저 혼자만의 노하우를 축적해 가면서 끈질기게 대추에 매달렸지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대추의 품종별 특성, 식재 방법, 거름주기, 병충해 방제, 각종 생리장해, 수확 및 건조, 저장, 보관, 판매 등 대추의 전반적인 분야를 직접 체험하면서 지식을 쌓게 되었고 나만의 이론을 정립하게 된 것입니다.

 

- 대추 재배의 성공을 위해서 시도한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예를 들면, 대추밭 400평을 6등분해서 각 시험 포장별로 퇴비, 비료, 각종 미량 원소, 전정, 수분 관리, 농약 살포 등 재배 방법을 각각 다르게 해서 가장 우수한 것 하나를 고르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이 방법은 36년 동안 직접 체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을 6년 만에 터득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또한 전정(가지치기)을 하더라도 1.2 시험 포장은 봄·가을에 하고, 3.4 포장은 개화 직전 강·약으로, 5.6 포장은 가을에 강·약으로 구분해 실시하고 그 결과를 비교해 선택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또한 포장별로 과실의 수확량과 품질의 우량 정도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연도별 생산성 대비표도 만들었습니다. 상자당 수량과 금액, 농약 방제비와 노동력 등 생산 조성비, 생산성 금액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해서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회사생활을 할 때 익힌 생산관리 기술 표준데이터 구축과 기업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대추 농사에 접목시킨 것이 성공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대추 농사를 지으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한 말씀해 주시지요?

▶돌이켜 보면 위기 상황도 많았습니다. 1998년 경북 일대에 대추나무 녹병이 번져 대부분의 대추 농가가 폐농하다시피 한 위기상황에서도 나만의 노하우로 녹병 없는 대추를 생산해 인정을 받았습니다. 또한, 대추의 암이라고 불리며 발병하면 전멸한다는 ‘대추빗자루병’을 60%까지 치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대추생산에 일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람들도 차차 인정하게 되었고 주변에 소문이 나기 시작해 분에 넘치는 상도 받고 전문가로 인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 대추 박사, 대추의 신 등 대추에 대해서는 전국 최고의 전문가란 평을 듣고 있는데 그동안 의 수상 실적과 경력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지요?

▶그동안 노력의 결과로 ‘2003년-경산 과수(대추) 농업대상’, ‘2003년-행정자치부 신지식 임업인(대추)인증, ’2006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임업(대추)관측 중앙자문위원‘, ’2008년-산림유공자(대추분야) 산업포장 수훈‘, ‘2009년-경상북도 농업·농촌 정보화 선도화 회장’, ‘2009년-경산 자랑스러운 시민상(산업경제부분) 수상’, ‘2009년-경산 클러스터 사업단(대추) 자문위원’, ‘2013년-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 분야 명예 연구관’, ‘2016년-한국임업진흥원 대추 분야 임업 멘토 위촉’, ‘2001에서 현재-전국 대추 강사 활동’, ‘2017년-한국임업진흥원 강화프로그램 강사 위촉’ 등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농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산업포장, 신지식인 선정 등 대추분야 전국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사진 이상유 기자
산업포장, 신지식인 선정 등 대추분야 전국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사진 이상유 기자

 

- 대추의 특성이나 효능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지요?

▶대추에는 비타민A, B, C, D, K, P가 골고루 들어있고 알칼로이드, 사포닌, 세루토닌, 지놀레산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뇌출혈, 고혈압, 피속의 노폐물 제거, 정신 불안 해소, 빈혈, 양기보강, 노화 방지, 비만, 불면증, 이뇨 등 다양한 약리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추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과일이며 약용, 식용 등으로 가장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생대추뿐만 아니라 대추를 이용한 여러 가지 가공품들이 개발되어 건강식품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더 좋은 상품들이 개발되어 농가 소득과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7,500여 평의 저희 ‘임당대추농장’에는 전국의 대추 농가나 귀농 교육생들이 견학 및 현장실습을 위해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체험으로 알게 된 대추재배 농법 전수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FTA 등으로 값싼 외국 농산물이 밀려오고 있는 이때 전문적인 재배 기술과 특화된 상품개발만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땅에서 생산되는 대추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신토불이 으뜸 상품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도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우리 대추를 더욱 아끼고 사랑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견학생들에게 대추농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상유 기자
견학생들에게 대추농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상유 기자
임당대추농장을 찾은 견학생들. 사진 이상유 기자
임당대추농장을 찾은 견학생들. 사진 이상유 기자

 

농장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기자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한 분야에 평생을 바쳐 온갖 노력을 기울여 온 김영식씨 의 구릿빛 얼굴에서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김영식 씨는 현재 경사모(경산.대구를 사랑하는 시민모임)의 회장으로 도시철도 3호선 경산 연장 추진 등 시민단체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