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것과 얻는 것
잃은 것과 얻는 것
  • 정신교 기자
  • 승인 2019.09.09 17: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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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으면 얻는다

 

월요일 아침은 바쁘기 짝이 없다. 더구나 달포 전부터 시작한 아침 수영 강습이 있는 날이라서, 간단히 씻고, 먹고, 수영복 등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대불공원을 지나 약 2 km 정도 떨어진 청소년회관까지 걸어 한 시간 수영 강습을 하고 출근한다. 아들 녀석에게 지난달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손목시계를 선물로 받았다. 가볍고 착용감도 좋지만 운동 모드를 매번 바꾸기가 번거로워 보행 거리와 칼로리 등의 자료만 보고 다닌다. 가끔 심박수도 관찰하는 등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녀석과 정이 들어 요즈음은 거의 24 시간을 끼고 생활하고 있다.

오리발 수영 수업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수영복을 가방에 챙겨서 나오는 데 손목이 허전하다. ‘아차, 시계!’ 다시 탈의실로 돌아와 옷장을 열어 보니 휑하다. 주변을 샅샅이 보아도 검은 물체는 보이지 않는다.

‘옷을 입다가 떨어진 것일까?, 소리라도 들렸을 텐데…’, ‘오늘이 귀의 날인데, 이순(耳順)이 지나 귀도 한물갔네’, 오만 생각이 다 든다. 관리인에게 당부를 하고 신발을 신고 나오는데, ‘웬일이야?’, 팔이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하기 짝이 없다. 운동과 샤워에 따른 일시적인 기분인지 착용의 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인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나쁘지는 않다. 근래 들어 시계를 잘 착용하지 않고 다녔는데 얼마 되지 않은 동안이라도 ‘그놈을 늘 차고 다녀 팔이 부담을 느꼈던 것일까?’

상실감과 해방감이 뇌리에서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이지만 팔들은 기사에게 벗어난 준마처럼 시원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간다.

한국전쟁 중에 월북한 모 시인이 ‘얻은 것은 사상이요, 잃은 것은 자유’라고 하지 않았던가? 잃게 되면 무엇인가 얻게 되고 모자라면 채워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물질은 시간이 가면 잊어지고 보충이 되지만 그 순간의 느낌과 깨달음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오가는 길이 번잡하고 바쁜 명절 대목이다. 보아야 하고 다니고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도로 만큼 머릿길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길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잃어버리지 않고 또 잃으면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넉넉한 마음으로 명절을 맞이하고 지내면 좋을 것 같다.

기해년 ‘귀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