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무신불립(無信不立)
(30) 무신불립(無信不立)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09.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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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경제(足食)와 튼튼한 국방(足兵)보다 백성들의 믿음(民信)이 굳건한 나라를 세우는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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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장관 후보자 한 사람의 청문회가 TV 생중계 되던 날, 대구지하철 1호선 안지랑역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음 들린 한식당이었는데 손님도 많고 분위기도 좋았다. 입구 계산대 뒷벽에 필법도 필체도 제대로 되지 못한 ‘無信不立’ 이라는 4글자가 눈길을 끌었다. 액자에 넣지도 않고 그냥 종이에 쓴 그대로 붙여놓았으나, 식당 주인의 뜻은 선명했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자 자공(子貢)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하였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대답했다.

2천5백여 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는 물론, 오늘날까지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를 논할 때 ‘무신불립(無信不立)’이 강조된다. 믿을 신(信)에는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이 결합된 글자이다. 말과 행동의 일치, 즉 언행일치(言行一致)가 ‘믿음(信賴)’라는 뜻이다. <설문해자>에도 신(信)은 일반적으로 ‘성(誠)’ 이고, 종교적으로 ‘숭봉(崇奉)’이라고 풀이되어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취하는 사기(詐欺)꾼이라 한다. 옛 문헌에 ‘신(信)이란 말(馬)과 수레를 연결하는 고리’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연결 고리가 끊어진 수레는 사람이 타고 갈수도 짐을 나를 수 도 없는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사람도 그렇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사람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공자는 정치도 그러하다고 했다. 풍족한 경제(足食)와 튼튼한 국방(足兵)보다 백성들의 믿음(民信)이 굳건한 나라를 세우는데 중요하다고 보았다. 불신(不信)은 분열을 일으키고, 신뢰(信賴)는 단합으로 하나가 된다. 이승만 대통령은 나라가 혼란에 처했을 때, ‘뭉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United, We Stand, or Divided, We Fall)’라고 절규했다. 단합은 신뢰이고, 분열은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날 생중계되었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쟁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그 사람이 했던 말과 실제 행동의 불일치, 즉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나라의 중요한 일축을 담당하는 장관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민심이었다. 그런데 ‘말과 행동이 달라도 괜찮다’는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약한 정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편향된 이념을 가진 정치 지도층의 독선으로 경제가 무너지고(不足食), 동시에 국방이 위태로워지는(不足兵) 상황에 이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 지도층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을 이편저편으로 분열시키며 있다. ‘뭉치면 죽고 헤치면 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국가적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정신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는 자에게 ‘아니다!’ 하고 일깨워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나오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을 약속했으니, 이를 실천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언행일치로 신뢰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감염된 또 하나의 바이러스는 ‘괜찮다 증후군’이다.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무시하면서 연이어 크고 작은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빈번한 교통사고와 화재는 물론 대형 해상사고가 일어나도, 그 원인을 왜곡하다가 금방 잊어버리고 ‘괜찮다!’ 한다. 원칙에 철저해야 한다. 모든 일에 전심전력으로 혼을 심어야 한다고 가정에서 학교에서 교육해야 나라가 산다. 신뢰감으로 하나가 되면 경제와 국방도 살아나는 나라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