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성밖숲을 가다
성주 성밖숲을 가다
  • 김외남 기자
  • 승인 2019.09.04 17: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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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없이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갔다. 미루고 벼르다 가까운 성주 성밖숲을 가보기로 맘먹고 나섰다. 오가며 그냥 지나쳤을 뿐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다. 여름끝자락 8월 하순 작은 배낭에 카메라와 물병을 챙기고  2호선 대실역에서 내려 한참을 기다려 성주터미널까지 가는 250번 버스를 탔다. 버스기사에게 대구로 나오는 버스 시간대를 묻고 모처럼의 자유시간을 만끽했다. 지난 여름의 모진 뙤약볕을 받으며 자란 벼는 황금물결을 이루고 탱탱하게 알찬 벼이삭들이 논두렁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선생님이 지나가는양  연신 고개 숙이며 넘실넘실 인사를 한다. 모처럼 하늘도 푸르고 뭉개구름도 한가롭고 예쁘게 떠다닌다.

 

성주터미널은 한산했다. 버스 두 대가 보일뿐이다. 성밖숲에 닿았다. 입구 중앙에는 노란 참외를 머리꼭대기에 인 높다란 시계탑이 서 있고 길쪽으로는 성주를 알리는 커다란 돌비석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맨 앞쪽에 바르게 살자, 성주기독교 백주년기념비, 성주 국채보상운동기념비, 이 고장출신 가수 백년설의 노래비가 있다. 백년설은 1914~1980년 타계하기까지 나그네 설움, 번지없는 주막, 대지의 항구 등등 애창곡들을 많이 남겼다. 그 옆에는 라이온스비와 몇몇 단체의 비석도 있다. 길 건너편으로 마주보이는 아파트의 가족 벽화도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저쪽 멀리 왕버들숲 아래 파란 잔디와 더불어 주말이라 맥문동 보라빛 꽃을 즐기며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보인다. 자녀들 손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 삼삼오오 지인들과 나와 그늘아래 밴치에서 담소를 즐기는 중년의 사람들,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세워놓고 캔을 마시며 아주 큰 나무 아래 둥글게 마련된 앉음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 동네의 할아버지들, 아들과 아빠가 축구공으로 공놀이를 하는사람. 아이들 사진을 휴대폰에 담느라 여념이 없는 젊은 아빠 엄마. 참으로 좋은공원이었다. 공원의 유래를 자세히 읽어본다.

 

공원 중앙 공터에는 저녁 7시에 공연할  '오백년 왕버들 힐링 음악회'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한사람 두사람 모여들기 시작하는 관람객들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길 터미널 근처 콩나물 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떼운다. 성주 성밖숲에서의 하루는 참 좋은 힐링이었다. 성주는 참외농사로 부촌인데다가 무한한 성장 동력을 가졌다. 남북내륙철도의 성주역 유치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