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鱗(역린)
逆鱗(역린)
  • 신문수 기자
  • 승인 2019.08.30 14:1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거슬러 난 비늘

- 절대자의 치명적인 약점이나 허물을 건드림

ㆍ逆(역) : 1. 거스르다 2. 어긋나다 3. 배반하다 4. 맞이하다 逆境(역경) 逆說(역설) 逆情(역정) 逆謀(역모)

ㆍ鱗(린) : 1. 비늘 2. 비늘이 있는 동물 鱗甲(인갑) 鱗文(인문) 逆鱗(역린)

옛날에 미자하는 위나라 임금에게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 법에는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사람은 다리를 잘리는 형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미자하의 어머니가 갑자기 병이나서 위급한 상황이 되자 어떤 사람이 듣고 밤중에 미자하에게 고하였다. 미자하는 임금의 명령이라 속이고 임금의 수레를 타고 나섰다. 그런데 뒤에 이 사실을 듣고 임금이 말하기를, "효자로다. 어머니를 위한 나머지 다리 잘리는 형벌을 까맣게 잊었도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임금과 더불어 과수원에서 노닐 때 복숭아를 먹다가 너무 달기에 다 먹지 않고 그 반을 임금에게 바쳤다. 그러자 임금이 말하기를 "정말로 과인을 사랑하는도다. 자기의 입맛을 잊고서 과인을 먹여 주는구나" 하였다. 

그러다가 미자하가 아름다움이 시들고 임금의 사랑이 없어진 후에 임금에게 어떤 죄를 지었다. 그러자 임금이 꾸짖기를 "너는 언젠가 과인을 속이고 과인의 수레를 탄 일이 있었고, 또 전에 자기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일이 있었다" 하였다. 미자하의 행동에는 처음과 끝이 변함이 없이 한결같았다. 그런데 전에 어질다고 여겨졌던 것이 뒤에 가서 죄가 된 것은 임금의 사랑과 마움의 변화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임금의 총애가 있으면 곧 지혜가 합당해져 더욱 친근해지고 임금의 미움이 있으면 그 지혜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죄가 되고 더욱 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임금에게 간언을 하거나 변호를 하려는 선비는 임금의 사랑과 미움을 잘 살핀 후에 유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대저 龍(용)이란 동물은 성질이 유순하여 잘 길들여지면 타고 다닐 수도 있지만 멱 밑에는 직경이 한 자나 되는 거꾸로 박힌 비늘이 있다. 만약 그것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으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 이처럼 임금도 거꾸로 박힌 비늘이 있으니 유세자가 임금의 거꾸로 박힌 비늘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거의 훌륭한 설득이라 할 수 있다.

 

"逆鱗(역린)"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또는 군주가 노여워하는 군주만의 약점 노여움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상관을 용에 비유하는 일은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표현이라 생각된다. 오히려 順理를 거역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표현이 합당할 것이다. 시끄러운 세상에 순리에 거역함이 없이 살아가는 지혜가 간절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