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재산관리] 상속권자가 먼저 사망하면? 대습상속
[Q&A 재산관리] 상속권자가 먼저 사망하면? 대습상속
  • 김영조 기자
  • 승인 2019.09.02 09: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Q. 1997년 8월 6일 금요일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괌에서 KAL기가 추락해 탑승자 254명 중 229명이 숨진 대형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날 약 1천억 원대의 재산을 가진 인천제일상호신용금고 A회장과 그의 부인, 아들 내외와 손자, 큰딸과 외손자, 외손녀도 함께 참변을 당했습니다. A회장의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은 친척으로는 사위와 형제자매들이었습니다. A회장이 남긴 1천억 원대의 재산을 둘러싸고 사위와 형제자매들이 서로 상속인이라며 소송을 벌였습니다. 이 경우 누구에게 상속권이 있습니까?

A. 우리 민법에는 대습상속(代襲相續)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상속인이 될 자(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 그 배우자 또는 그 직계비속이 상속인이 될 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제도입니다. 
  예컨대, 피상속인의 아들이나 딸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 그 배우자인 며느리와 사위, 그 직계비속인 손자녀, 외손자녀가 대신 상속받습니다. 대습상속의 상속분은 사망 또는 결격된 사람의 상속분의 한도에서 법정 상속 비율에 따릅니다.
  대신 받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상속 순위에 따라 상속받는 것을 본위상속(本位相續)이라 합니다. 보통 상속이라 하면 본위상속을 가리킵니다. 

부모가 먼저 사망하면 아들과 딸이 (본위)상속받습니다. 부모의 재산에 대해 며느리와 사위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들과 딸이 상속받은 후 사망하면 아들과 딸의 재산에 대해 그 배우자인 며느리와 사위는 직계비속인 손자녀, 외손자녀와 공동으로 (본위)상속권을 가집니다.  
  만약 아들과 딸이 부모보다 먼저 사망하면 며느리와 사위가 아들과 딸이 받을 상속분에 대해 손자녀 및 외손자녀와 공동으로 (대습)상속받습니다.  
  위 사례에서 A회장과 딸의 사망 시기와 사망 순서가 문제입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A회장→딸의 순서로 사망하였다면, 딸이 일단 상속받고 이어 그 배우자인 사위가 (본위)상속받습니다. 딸→A회장의 순서로 사망한 경우라면 사위는 딸을 대신하여 (대습)상속받습니다. 결과적으로 A회장과 딸의 사망시기가 다른 경우 사위는 항상 1순위자로서 상속권을 가집니다.
  그러나 비행기 추락사고로 두 사람이 사망한 경우 사망 시기와 순서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에 민법에서는 2명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회장의 형제자매들은 A회장과 딸이 동시에 사망했으므로 (본위상속은 물론) 대습상속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법원에서는 동시사망이 추정되는 경우에도 민법의 대습상속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사위에게 승소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위가 A회장의 전 재산을 상속받은 것입니다. 
  이 사건은 혈연관계로 평생을 함께 생활한 형제자매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사위 중 누가 상속받는 것이 합당한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또한 두 당사자 간에 적당한 배분으로 해결되길 기대하기도 했으나 법은 냉정했습니다. 법은 한사람에게는 전체를, 다른 한 사람에게는 제로를 주는 길을 고집했습니다.    
  참고로 한양대 의대 교수인 사위는 상속받은 회사와 부동산을 매각했고, 그 후 회사 이름이 에이스저축은행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인수한 사람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검찰수사를 받다가 자살했습니다. 나중에 이 은행은 하나저축은행에 인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