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정의란 무엇인가?
(28) 정의란 무엇인가?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08.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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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움, 공정함의 원천은 상대편을 나처럼 생각하는 인(仁)과 진심으로 존중하는 예(禮)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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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 is the right thing to do』 열풍이 한국 사회를 휘몰아친 적이 있었다. 전 세계 37개국에 번역된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은 200만 이상 판매되었고, 저자를 초대하여 사상 초유의 고액 강의도 있었다. 그에 의하면, ①사회 전체의 복지를 극대화하는 공리주의의 실현이 정의이고, ②자유지상주의 입장에서 소득과 부의 공정한 분배가 정의이며, ③미덕을 포상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재화를 분배하는 공정함이 정의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정치 경제적 관점에서 사회적 ‘정의’는 ‘공정함’이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고 강의도 들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정의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해 보면, 대체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마이클 센델은 사회적 정의를 분석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 센델은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정의(正義)를 다루었다. 이에 대조적으로, 전통적인 중국 문화권에 살아온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유학의 인격 수양이라는 철학적인 의(義)가 자리하고 있었다. ‘올바른 도리(道理)’라는 개별적인 심성으로서의 한국인들의 ‘의(義)’ 라는 개념에 비하면, 서양의 분석적이고 정치·경제적인 마이클 센델의 ‘정의(正義)’는 분명 낯선 손님이었을 것이다.

요즈음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연일 시끄럽다. 그 핵심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행동이 ‘정의롭지 못하다’ 관점에 놓여있다. 그들에게 관련된 사회적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다.’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증폭되는 현상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가장 잘 알지 못하는 말이 바로 ‘의(義)’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의(義)에 대한 인식의 혼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義)의 본뜻(深層意味)을 제대로 알지 못 하는데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의(義)가 무엇입니까?’ 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에서 그러하다.

일찍이 맹자는 의(義)를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고 했다. 수오(羞惡)는 사람답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다’ ‘싫어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①안으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사람답지 못해서 ‘부끄럽다(羞), 좋지 않다.(惡)’라고 반성하는 마음이고, ②밖으로 이러한 마음을 과감하게 행동화하여 ‘바로 잡는 실천’을 의미한다. 길을 가다가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한다. 그냥 지나치려 하니, 부끄러운 마음에 달려가서 구하는 실천적 행동이 ‘의(義)로움’ 이다. 안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밖으로 부끄럽지 않게 실행하는 것이 바로 수오지심, 의(義)라는 점을 분명히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사람에게는 ‘부끄러움’이 있고, 동물들에게는 그게 없다. 그러므로 사람과 동물을 구별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의로움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부끄러움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요즈음 뉴스에 논란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움이 없다. 이에 관련된 자들과 교수와 대학이라는 최고 교육기관들까지 모두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양두구육(羊頭狗肉)에 일관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제도가 그러했다. 관련 자료가 이미 파기 되었다. 변명을 일삼는 개개인뿐만 아니라, 대학이라는 학문의 전당이 연관되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얼굴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전형이다.

이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한 일이 두 가지가 아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누군가 이익을 내가 선취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마이클 센델이 논증했던 사회적 정의이다. 그의 책을 읽은 200∼300만 명 이상의 시민들과 그의 강의를 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의’의 핵심은 ‘공정함’이라는 간곡한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스치고 지나간 것일까?

이러한 불행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정의를 올바르게 실천하도록 가르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경쟁 사회에서 일등만 하면 된다고 키우는 이기심이 구 원인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불공정이 당연시 하며 오히려 가짜 뉴스라고 반격하고 있다.

의로움, 공정함의 원천은 상대편을 나처럼 생각하는 인(仁)과 진심으로 존중하는 예(禮)에 시작된다. 사회생활이나 정치에서는 물론, 가정생활에도 공정함과 정의로움은 똑같이 적용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비심(慈悲心)을 키우며 늘 감사하면서 항상 ‘공정함’, ‘의로움’을 실천해야 한다. 고마움을 모르면 원망하게 된다. 고마움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공정함’이고 ‘의(義)로움’이다. 원망하고 저주하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 어두운 나락으로 몰고 갈 것이며, 이승을 지옥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