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를 통해 본 옛 여인들의 삶
내방가사를 통해 본 옛 여인들의 삶
  • 방종현 기자
  • 승인 2019.08.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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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가사를 통해 규방문화를 엿보다

대구시 수성구립 용학도서관(관장 김상진)16일 권숙희 내방가사 문학회 회장을 초청, 내방가사문학 특강을 가졌다. 시인이기도 한 권숙희씨는 내방가사는 세계 유일의 여성문학이며 한글 변천사의 중요 연구 자료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내방가사는 안동지방을 중심으로 반가 여인들의 작품이 많고 규방문화를 엿볼 수 있다.

권숙희 내방가사 문학회 회장
권숙희 내방가사 문학회 회장

 

특히 계녀가(誡女歌)는 시집가는 딸에게 시집살이의 규범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가사로 내방가사(內房歌辭)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방가사의 형식적인 특징은 4.4조의 운율을 따른다. 4.4조의 운율은 읽기와 기억하기에 좋은 특징을 가졌다고 한다. 내방가사의 형태는 주로 한글 두루마리에 묵서 형태로 쓰였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역사를 써서 읽은 한양가는 조선 오백년사를 쓴 대서사시로 두루마리로 쓴 것 중 긴 것은 50m가 넘는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내방 가사를 시연과 함께 강의하는 권숙희 강사
내방 가사를 시연과 함께 강의하는 권숙희 강사

 

'계녀가'를 소개해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고어체에서 현대어로 고쳤다. 애야 내 말을 들어봐라. 내 본래 주의가 모자라서 매사에 등한하고 자녀의 정이 별로 없어서 오남매 중에 너 하나만을 십칠 년이나 자라도록 한마디 교훈도 없이 멋대로 자라게 했으니 배운 것이 없어서 하나도 볼 품이 없게 되었구나. 나이를 먹고 자라 여럿이 구혼을 하여 울산 산성 엄 씨 댁과 길연이 되었던 지 문벌도 좋고 집안의 법도도 훌륭해서 여러 어른들의 인품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내 생각에 흡족하여 한 번에 허락하였다. 무오 지월 염육 일에 결혼하는 좋은 날이 되었구나. 식장의 손님과 주인 자리에 어진 사위를 맞으니 시원스러운 저 행동이 닭 중에 봉황이로구나. 행동이 어김없는 군자의 태도는 귀하게 될 상이다. 이런 사위를 고르던 나의 소망이 맞았으니 신부는 어떨까 속으로 생각하니 좋은 중에도 걱정이다. 네가 비록 사리가 어둡지만 본성이 무던하니 교훈이나 들려주겠다. 오늘날 하는 말이 네가 듣기에는 꿈 같겠지만 너의 본성이 선하니 깨우치면 되느리라. 고사에 실린 말씀이 대강 적어보니 자세히 들어보고 명심하고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아라.

내방가사는 여자의 행실을 경계하는 내용으로 일정한 유형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전해오는 계녀가를 보면 시부모를 잘 섬길 것. 남편을 잘 섬길 것. 친척과 화목할 것, 제사를 받들 것. 손님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말 것. 임신했을 때 태교를 잘할 것. 아이를 낳아서 교육을 잘 시킬 것. 종들을 잘 다스릴 것. 재산 증식에 힘쓸 것. 들고 날 때 시부모님께 고할 것. 평소의 마음가짐을 유지할 것 등이다. 내방가사는 3.4 조의 음수율과 4.4조의 4 음보 율격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대구여성 박약회 내방가사 공부방(회장 이홍자) 회원 8명이 함께하고, 권순자(상동 74) 여사가 도산 별곡 낭송을 시연해 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가사문학 '도산 별곡'을 암송하는 모임당 권순자 여사(74세)
가사문학 '도산 별곡'을 암송하는 모임당 권순자 여사(74세)

 

대구여성박약회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남산동 박약회 교육장에서 공부방을 연다고 한다. 올해 87세인 김동기 여사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뜻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한다. 국학진흥원과 안동시에서는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대구 여성 박약회 내방가사 공부 동아리 회원과 함께한 시민
대구 여성 박약회 내방가사 공부 동아리 회원과 함께한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