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할머니의 생애
민 할머니의 생애
  • 방종현 기자
  • 승인 2019.08.13 17: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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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진 길섶에 혼자라 외롭습니다. 부엉이 우는 밤이면 너무 무서워 누 구 없나 깨금발로 둘러도 봅니다.
한갓진 길섶에 혼자라 외롭습니다. 부엉이 우는 밤이면 너무 무서워 누구 없나 깨금발로 둘러도 봅니다.
참으로 고맙게도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났습니다. 산 꿩이 울어도 놀라곤 했는데 늑대 울음도 이제 겁나지 않습니다. 내 옆엔 믿음직한 호위무사가 있으니까요.
참으로 고맙게도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났습니다. 산꿩이 울어도 놀라곤 했는데 늑대 울음도 이제 겁나지 않습니다. 내 옆엔 믿음직한 호위무사가 있으니까요.
우리는 열심히 사랑하여 살림밑천인 큰 딸이 태어나고
우리는 열심히 사랑하여 살림밑천인 큰딸이 태어나고
알토란 같은 아들도 보았습니다. 세상은 우리 둘만을 위해 있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알토란 같은 아들도 보았습니다. 세상은 우리 둘만을 위해 있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그러든 어느 날 큰딸이 잘생긴 청년을 데리고 와서 죽도록 사랑한다며 결혼하겠다 해서 보   냈지요. 이윽고 아들도 심성 고은 처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직장 따라 우리 곁을 떠나 서울에서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제 두 양주(兩主) 만 남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딸이 잘생긴 청년을 데리고 와서 죽도록 사랑한다며 결혼하겠다 해서 보냈지요. 이윽고 아들도 심성 고운 처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직장 따라 우리 곁을 떠나 서울에서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제 두 양주(兩主) 만 남았습니다.
아기 울음소리가 멎은 산골입니다. 젊은이는 다 대처로 떠나고 늙은이만 사는 "老人國"입니다. 갈매실 양반 박 영감은 아들 따라 부산으로 가고 큰골 댁은 딸래 집으로 가고. 우리도 아들이 하도 오라 해서 서울에 갔더니 사람 살 곳이 못되더라고요. 차가 하도 많아 어지러워서 못살겠고 공기가 탁해서 숨을 쉴 수가 있어야지요.
아기 울음소리가 멎은 산골입니다. 젊은이는 다 대처로 떠나고 늙은이만 사는 "老人國"입니다. 갈매실 양반 박 영감은 아들 따라 부산으로 가고 큰골 댁은 딸네 집으로 가고. 우리도 아들이 하도 오라 해서 서울에 갔더니 사람 살 곳이 못되더라고요. 차가 하도 많아 어지러워서 못살겠고 공기가 탁해서 숨을 쉴 수가 있어야지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니 얼마나 좋던지요 송충이는 솔입을 먹어야 살지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니 얼마나 좋던지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살지요.
골골하던 영감이 떠났습니다.  우리 영감 理財에 어두워 그렇지 옥골선풍에 언변도 좋았지요. 근동 처녀들이 말카다 우리 영감 잡을라고 목 메단다 했으니까요. 시대를 잘못 태어나 그렇지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적어도 한 고을은 울릴 양반 인디 다 팔자소관이지요. 어젯밤 꿈에 영감이 보이 더 구면요. 나도 이제 떠날 때가 되었나 봅니다. 이제 우리 영감 곁으로 가야겠습니다. 이 세상 마실 왔다가 좋은 영감 만나 나도 잘 놀았지요.
골골하던 영감이 떠났습니다. 우리 영감 理財에 어두워 그렇지 옥골선풍에 언변도 좋았지요. 근동 처녀들이 말카다 우리 영감 잡을라고 목 메단다 했으니까요. 시대를 잘못 태어나 그렇지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적어도 한 고을은 울릴 양반인디 다 팔자소관이지요. 어젯밤 꿈에 영감이 보이더구만요. 나도 이제 떠날 때가 되었나 봅니다. 이제 우리 영감 곁으로 가야겠습니다. 이 세상 마실 왔다가 좋은 영감 만나 나도 잘 놀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