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는 또다른 나의 나눔입니다"…‘동시발전소’ 발행인 신홍식 대표
"동시는 또다른 나의 나눔입니다"…‘동시발전소’ 발행인 신홍식 대표
  • 강효금 · 이원선기자
  • 승인 2019.08.12 12: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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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발전소’ 발행인, 혜암아동문학회 회장, 아트빌리지 대표…
수많은 직함을 가지고 나눔 실천…이제 '시'로 교육과 문화 생각
문학에 대해 예술과 문화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그의 모습은 열정으로 넘친다.            이원선 기자
문학에 대해, 예술과 문화에 대해 얘기할 때 신홍식 대표의 모습은 청년의 열정으로 넘친다.      이원선 기자            

 

그의 이름 앞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달린다. ‘대구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대구포크페스티벌 이사장, 어려운 이웃들에게 매달 쌀을 전달하는 ‘쌀 배달 아저씨’로 2017년 대한민국 자원봉사상 대상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한 사람, 잘 나가던 경영인에서 예술가들의 후원자로, (사)아트빌리지의 대표, 혜암아동문학회 회장 등등.

그가 건네는 명함은 그때그때 달라질 만큼 그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언론에 노출되기를 싫어하는 성격 탓에 만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여름이 한창 뜨거움으로 세상을 달구는 시간, 대구 근대 골목 자락에 새로이 세워진 한옥에서 신홍식(64) 대표를 만났다.

실제로 만난 신 대표의 모습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예전 한 아동문학 시상식에서 만난 그의 모습도 그러했다. 그는 앞으로 나서기보다 뒤에서 후배들이 빛나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통 회장이라고 하면 앞장서서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에게는 묘하게도 ‘소년 같은 설렘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린 시절 구미에서 자란 그에게 집안은 작은 학교였다. 아침밥을 먹을 때면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가르침을 펼쳐 놓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탁청(濯淸) 신상덕 선생이신데, 탁청 선생에게 수학한 이는 그 지역에서만 2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올곧은 품성을 지닌 분이셨다고 한다. 산과 내는 그의 문학세계의 원천이자, 집 안 가득한 책들은 그의 놀이터였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소설을 그 의미도 삼키지 못한 채 읽어내려 갔지만,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읽은 수많은 책들은 그의 소중한 정신적 토양이 되었다.

 

신홍식 대표가 무엇보다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동시 발전소'. 그의 바람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이원선 기자
신홍식 대표가 무엇보다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동시발전소'. 그의 바람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이원선 기자

 

◆소년의 마음으로 키워나가는 '동시발전소'

 

어린 시절 접했던 그 글들이 그의 마음 속에 '시심(詩心)'을 키웠던 것일까. 신 대표가 요즘 가장 큰 애정을 쏟고 있는 곳이 '동시발전소' 이다. 

 

“‘동시 발전소’는 제게 자식 같은 존재입니다. 흔히 동시라고 하면 아이들이 읽는 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동시’를 읽으며 어린 아이의 순수함으로 돌아가 그 이야기를 다시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지요. 저는 동시는 어른들이 함께 읽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이 ‘동시 발전소‘를 많이 구입해서 우리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동시를 읽고 자라면, 지금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우는 그런 충격적인 기사들이 사라지고 따뜻한 세상, 사람다운 세상이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동시 발전소‘에 글을 쓰는 우리 문학가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문학에 대해, 삶에 대해 특강도 해줄 수 있으니, 많은 학교에서 우리 ’동시 발전소‘에 관심을 가지고 회원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최춘해 아동문학교실 6기생으로 동시에 입문했다. 그리고 6기생들이 문학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선뜻 작업실을 내어주었다. 그의 시는 서정적이며 향토적이다. 그의 시에는 고향의 내와 동산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뭉긋한 사랑이 녹아있다.

어머님이 사 주신/ 눈깔사탕/ 한 봉지 들고// 시냇물 건너/ 논두렁/ 밭두렁 지나// 큰집에 계시는/ 할머니에게 / 심부름 가는 날 (‘장날’ 전문)

2012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정조대왕 '화성능행반차도' 대작을 전시하고 책으로 엮어서 출판을 했다. 그에게 '시'와 '교육', 그리고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어린 시절 조부모님과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영향, 특히 길 가던 걸인에게도 따뜻한 밥을 준비해 주시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탓에 그는 어려운 이의 사정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그에게 우리 문화는 지켜야 할 자산이고 그는 이것을 통한 나눔도 꿈꾼다. 지금 근대골목 안쪽에 자리한 정소아과 근처에 위치한 한옥 또한 우연한 계기에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자신이 작업장으로 쓰던 곳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수리를 위해 지붕을 벗겨둔 어느 날, 밤새 비가 내려 작업장이 폭삭 내려앉고 말았다고 했다. 근처를 수소문하다 100여 년이 넘은 세월을 지키고 있는 지금의 한옥을 사들여 개축했다. 지금의 한옥은 대구의 부자로 잘 알려진 달성 서씨 ‘서병국’의 조카인 서재균 씨 소유였다. 그는 이곳을 새로운 교육의 장, 우리 전통문화를 후대에 그리고 세계 사람들에게 나누는 '나눔의 장'으로 만들기를 꿈꾼다. 100년이 넘은 한옥을 구입해서 손보고 한옥을 개축하면서 그는 숨겨진 보석같은 가치를 발견해냈다. 그는 타고난 재주꾼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조각, 그림, 문화재 등에도 조예가 깊다. 그의 이런 탁월한 안목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의 아버지는 돌 공장을 운영하셨다. 주로 상석이나 망부석 만드는 일을 하셨는데 그 당시 황간에서 거대한 돌들이 기차에 실려 구미에 도착하면 체인블럭으로 손수레로 옮겨지고, 정으로 다듬어져 새로이 창조되는 모습을 눈으로 지켜보며 자랐다고 했다.

 

“아버지는 직접 정을 만들고 또 일꾼들이 쓰는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정들이 무뎌지면 다시 날카롭게 다듬는 그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셨습니다. 학교 다닐 때 용돈이라도 받으려면 아버지를 도와드려야 했는데, 그런 시간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판화를 비롯해 모은 작품만 1천여 점이 넘는데 거기에 투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사물을 바라보고 거기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힘이 길러졌습니다. 저는 지금도 작품을 구상하면 직접 마분지에 그림을 그리고 모눈종이를 사용하여 제작합니다. 정규적인 예술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저는 제게 온 '영감'에 의해  작업합니다.”

 

(위) 신홍식 대표 앞으로 보이는 것이 ‘화성능행반차도’를 머그에 전사한 작품이다.(아래) ‘사랑의 영원함’을 변치 않는 알루미늄 재질에 담아 표현한 작품이다.         이원선 기자
(위) 신홍식 대표 앞으로 보이는 것이 ‘화성능행반차도’를 머그에 전사한 작품이다.
(아래) '사랑의 영원함'을 변치 않는 알루미늄 재질에 담아 표현한 작품이다.         
                                                                                                 이원선 기자

 

 

◆'동시'를 통한 또 다른 '나눔'

 

그는 '영감'이 자신을 찾아오는 순간, 주저하지 않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작업실 한쪽에 독특한 형태의 작품이 보였다. 끝이 열려있는 형태의 이 작품은 끝없이 이어지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영원성’을 변치 않는 알루미늄 재질에 담아 ‘사랑의 영원함’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 했다. 그의 앞에 놓인 컵의 문양이 낯익었다. 자세히 보니 정조대왕의 ‘화성능행반차도’였다. 비참하게 생을 마친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사흘이 멀다 하고 아버지의 묘소를 찾았던 정조대왕. 어느 날 아버지의 묘소에 서있는 소나무가 송충이로 인해 말라가는 것을 보고 차라리 자신의 불효한 창자를 갉아먹으라며 송충이를 통째로 삼켜버린다. 그런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맞아, 아버지의 능이 있는 화성으로 행차하는 그 모습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 ‘화성능행반차도’다. 그 기록에는 정조대왕의 아버지에 대한 효성과 어머니에 대한 공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그는 말한다. 인성교육을 이야기하는데 눈으로 보여주는 것만큼 산교육이 어디 있겠느냐고. 그리고 이 화성능행반차도를 근대골목 자신이 소유한 한옥 벽에 새겨 넣어 새로운 볼거리이자, 전통문화를 생각하고 더불어 인성교육까지 할 수 있는 멋진 문화의 장으로 만들겠노라 말했다. 앞으로 정 소아과 골목으로 들어서면 펼쳐질 놀라운 모습이 기대된다.

 

아동문학의 고향이라 일컬어지는 대구에서 계간지로 발행되는 ‘동시발전소’의 발행인으로 그가 가지는 책임감과 시인으로 작가로, 공예가로, 누구보다 문화를 사랑하는 애호가로, 또 교육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 시대 '나눔의 아이콘'으로 그의 포부를 들었다. 먼저 ‘동시발전소’에 회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읽힐 동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최소한 작품을 쓰는 시인들이 막걸리 한잔 정도는 나눌 수 있고 집에 들어갈 때 손에 뭐하나 쥐고 들어갈 정도의, 그런 현실적인 고료를 지급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한단다. 그에게 '동시'는 또 하나의 나눔이다. 문학이나 예술 분야에 전문적인 학습을 한 적이 없지만 언제든 ‘시’가 또는 ‘영감’이 자신을 찾아오면 쫓기듯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신홍식 대표. 그의 바람처럼 많은 학교에서 ‘동시발전소’가 읽히고, 아이들과 시인들이 함께 만나 시와 삶을 문학을 얘기하는 그런 ‘교육의 장’이 만들어져 또 하나의 '나눔'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빨리 보고 싶다.

 

계간 '동시 발전소' 관련 문의: 010-5553-4692 박승우 /이메일 dongbal2019@daum.net

 

대구 부자 '서병국'의 조카인 서재균 씨의 집을 사들여 개축한 한옥의 부분                                                         이원선 기자
대구 부자 '서병국'의 조카인 서재균 씨의 집을 사들여 개축한 한옥의 부분.     이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