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강감찬 장군의 빈 밥그릇과 배려
(23) 강감찬 장군의 빈 밥그릇과 배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19.08.04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강감찬 장군을 위해 현종이 주연을 베풀었다.

주연이 무르익고 술이 한 순배 돌고난 뒤 밥그릇 뚜껑을 열던 강감찬 장군은 밥그릇 안에 밥이 비어있는 사실을 알았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밥을 다시 가져오라고 호통을 치면서 주방장을 혼내 줄만도 했지만 장군은 그냥 슬며시 화장실을 가는 척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주방장을 불러 밥그릇에 밥이 비어있음을 말한 후 작은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다시 장군이 들어가 자리에 앉자 주방장이 들어와서

“오래 자리를 비워 밥이 식었을 것인즉 다시 따뜻한 밥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하며 빈 밥그릇을 가져간 후 새 밥그릇을 가져왔다.

이 이야기는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자신의 지위가 높다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배려심이 뭔가를 보여주는 좋은 교훈이다.

밥그릇에 관한 추억으로 내 어릴 때의 쌀이 가장 많이 섞인 할아버지 밥상에서는 한 번도 밥그릇이 비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이제 생각해보면 은근히 어린 손자를 위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과 부족하지 않을 만큼 드셨다는 체면을 담은 함축된 배려심이 밥상머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인성교육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배려란 친절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에겐 다소 손해가 되더라도 남을 위해 베푸는 참 따뜻하고도 소중한 행위이다.

지금처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투쟁과 갑질논란으로 시끄러운 현실에서는 더욱 자주 떠올려야할 덕목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그에 맞게 행동까지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뜨거운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주변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그를 살펴보는 것 그것이 곧 배려의 시작이다.

그리고 진정한 배려는 강감찬 장군의 행위처럼 주위의 다른 사람이 모르게 도와주는 것이 더욱 값진 것이란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배려는 늘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내 작은 마음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또한 배려는 겸손한 자세에서부터 나온다고했으니 어느 교직 선배의 자서전에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나쁜 것이 배려와 상반되는 교만인데 자기가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교만이라는 결국 겸손과 배려는 심오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엔 아직도 과거의 자기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입만 열면 왕년의 자기 잘난 향수에 젖어 목에 힘을 주면서 현재의 자신을 보지 못하는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과거의 내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나를 보아야 한다.

매사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두루두루 관대하여 못 본 듯 못 들은 듯 외면하는 것도 겸손에서 오는 노년의 미덕이요, 그러면서도 매사를 깊이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그리고 배려를 항상 가슴에 담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