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라질 추억] 대구 중구 남산동
[골목, 사라질 추억] 대구 중구 남산동
  • 박영자 기자
  • 승인 2019.08.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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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대구의 역사, 남산동 일대 재개발

 

 

대구 중구지역에 대구의 정통적인 중심지로서 낡고 오래된 곳 남산동 일대가 낙후지역 중심으로 재개발이 된다. 사라지는 아쉬움을 담아 남산4동 4-5지구를 찾아서 골목투어를 했다.

이 지역은 대구부 서상면에 속했는데 그 위치가 남산 밑에 있어 남산동이라 했다. 1914년에 남산정이었다가 1946년에 남산동으로 고쳤다.

8.15 전 남산동에는 달성 서씨 들의 소유인 논밭이 대부분이고 시립화장장이 있었고, 가난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달동네다.

1.4 후퇴 시 이북 피난민 250세대가 이곳에 머물렀는데 지붕은 천막으로 덮고 가마니로 비바람을 막고 구호양곡을 받아 겨우 생활을 하다가 화재를 당해 구 영남고등학교(현 보성황실타운)교실에 수용되기도 했다.

 

담장 너머로 밤12시가 넘으면 제삿밥이 오갔고, 새벽이면 두부 장수가 잠을 깨우던 딸랑이 소리에 여인들은 골목에서 두부 한 모 사서 수다를 떨고 아침 준비를 하던 사람냄새나던 추억과 정이 있던 곳이다.

밤사이 옆집에 도둑이 들었느니, 아들이 태어나서 경사 났다면서 함께 축복해 주었다. 허물어진 대문에 고추 엮은 새끼줄로 금줄을 치며 온 동네가 부정을 탄다면서 조심조심하며 살던 동네다.

대구의 역사가 또 하나 사라진다.

 

이웃집 잔치라도 있는 날이면 밤새워 감주랑 묵도 정성껏 해주었다. 그것은 최고의 정표라 부조를 대신했고, 김장 김치 하는 날은 따뜻한 보리밥 한 그릇에 갓 버무린 김치 하나면 온동네가 행복했다. 누구 집에 수저가 몇 개인지 어떤 손님이 왔다 갔는지 콩 한쪽도 갈라먹던 그 시절 그 골목이 그리워질 것이다.

필자는 어릴 적 엄마 손잡고 논과 밭을 지나고 산을 넘어 절(원각사)에 간 적이 몇 번 있었다, 중학교 때 화장장 앞 언덕에 빨간 벽돌로 지은 예쁜 2층 집에 황금옥이라는 공주처럼 사는 짝꿍 집에 와 본 적이 있어 정이 들은 동네라 더 좋아한다.

20년 전 부근 아파트로 이사 와서 남산동 골목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정을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 꼭 내가 자랄 때의 추억을 꺼내 먹고사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이 골목 저 골목을 걸었다. 한 모퉁이라도 더 눈과 맘과 사진으로 기억 속에 넣기 위해서 이 작은 골목길을 오늘도 걷고 있다.

 

천 컷 이상의 사진도 찍었다

그리움을 채우면서 또다시 돌아오지 않을 길을 따라서 바래지고 만신창이가 된 이 골목이 어떤 색칠을 하고 나타나 사랑 한 소쿠리 담아서 짠하고 나타날지...

도란도란 살아가던 진한 정이 그리운 골목길이다

어느새 바리케이드가 쳐있고 붉은 띠엔 출입 금지라는 큰 글자가 나를 멈추게 한다. 심장이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