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시어머니도 녹였다
시베리아 시어머니도 녹였다
  • 배소일 기자
  • 승인 2019.08.05 10: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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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으로 내리면 존중으로 오른다

 

그 댁 시어머니는 누구에게도 져 본 적이 없는 말발과 표정이 아주 엄한 초로의 할머니였습니다. 그 집으로 얌전하고 영리한 며느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주변에서 "저 며느리는 이제 죽었다!"고 걱정합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시어머니가 조용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벼르고 별렀다고 합니다. "저 며느리를 초장에 꽉 잡아 놓지 않다가는 나중에 큰일난다"는 일념으로 처음부터 시집살이를 시켰습니다. 쌩 트집을 잡고 일부러 모욕도 주었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며느리는 그때마다 시어머니의 발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친정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워 왔냐!"하고 트집을 잡았습니다. 며느리는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친정에서 배웠다고 해도 시집와서 시어머님께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모르는 것은 자꾸 나무라시고 가르쳐 주세요~"라며 머리를 조아리니 시어머니는 할 말이 없습니다.

어느 때는 "그런 것도 모르면서 대학 나왔다고 하느냐!" 공연히 며느리에게 모욕을 줬습니다만 도리어 웃으며 "요즘 대학 나왔다고 해봐야 옛날 초등학교 나온 것만도 못해요, 어머님~" 매사에 이런 식이니 시어머니가 아무리 찔러도 소리가 나지 않을 수밖에. 무슨 말대꾸라도 해야 큰소리치며 나무라겠는데, 뭐라고 한마디 하면 그저 시어머니 발밑으로 기어드니, 불안하고 피곤한 것은 오히려 시어머니 쪽이었습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저쪽에서 내려서면 이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이쪽에서 내려서면 반대로 저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게 됩니다. 사람들이 먼저 올라가려고 하니까, 서로 피곤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시어머니가 그랬답니다.

"아가야~ 너에게 졌으니 집안 모든 일은 네가 알아서 하거라~"

권위와 힘으로 며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며느리가 겸손으로 내려가니 아무리 어른이라 하지만 '겸손'은 이길 수 없었습니다. 내려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죽는 것만큼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겸손보다 더 큰 덕목은 없습니다. 내려갈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올라간 것입니다. 아니, 내려가는 것이 바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내려갈 수 있는 마음은 늘 행복한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 항상 겸손하게 살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시베리아가 간절해지는 2019년 8월 혹서의 ‘대프리카’입니다만, ‘겸손 또 겸손’이야말로 시베리아 시어머니도 녹이는 지고의 덕목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최고의 덕목이고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