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깊숙이 들어가다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다
  • 김채영 기자
  • 승인 2019.07.31 15:5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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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0 단산지
2019-07-30 단산지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다

 

풀숲에 핀 메꽃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단지 있는 그대로 좀 봐달라는 호소일까요? 말줄임표의 뒤가 더 궁금하듯이 때로는 아무 말 없음이 강렬한 어필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들 그러잖아요. 나이를 먹으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다물라고요. 소싯적에는 과묵한 사람이 멋져 보였습니다. 중년이 되니 도란도란 대화가 통화는 사람이 좋더군요. 그런데 육십 줄에 들어서니까 다시 말 없는 사람이 좋아지데요. 그저 묵묵히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 틀린 말에도 가만가만 수긍해주면서 응원해주고 격려를 보태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마치 메꽃의 꽃말처럼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위험한 상상을 합니다.

 

2019-07-30 단산지
2019-07-30 단산지

 

메꽃은 메꽃과에 속한 덩굴 풀이며 피침 모양의 잎이 어긋나있습니다. 양쪽 밑에 돌기가 있고 6월에서 8월 사이에 연한 홍색의 꽃이 핍니다. 단산지 둑길에 지금 메꽃이 활짝 피어 산책객의 시선을 모읍니다. 어제는 갑자기 메꽃 앞에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서 욕심껏 담았습니다. 몇 년 전에 본 일본 영화의 영향일지 모릅니다. 더 정확히는 요즘 종편에서 그 영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때문입니다. ‘불륜’이라는 주제가 메꽃의 꽃말처럼 흘러갑니다. 이미지는 나팔꽃의 아류인 양 개성도 없고 향기도 미미한데 어떻게 사람 마음을 파고드는지, 꽃말을 알고부터 더 끌립니다. 내 마음에 나도 모르는 끼가 잠재되어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2019-07-30 단산지
2019-07-30 단산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뿌리와 잎, 줄기 등은 약재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메꽃의 뿌리는 허약한 체질을 바꾸는 데도 상당한 효험이 있다고 하는군요. 특히 아프고 난 뒤에 체력을 보강하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 합니다. 성인병의 최대 적인 고혈압과 고혈당을 낮추는 효과도 있고 생리불순이나 부인병은 물론 신경통, 관절염에까지 효력이 있다니까 함부로 메꽃의 가치를 폄훼할 수 없겠어요.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메꽃 뿌리를 캐서 삶아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그 당시엔 워낙 먹거리가 부족해서 그랬겠지 설마 이런 효능들을 알고 먹었을까 싶긴 해요. 암튼 메꽃의 존재 의미가 새롭습니다.

 

2019-07-30 단산지
2019-07-30 단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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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철 2019-07-31 23:42:37
1 - '수줍음'이란 꽃말을 가진 메꽃이 왜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이란
부제를 달고 불륜을 상징하는 드라마로 탄생 되었을까?
2 - 개성도 없고 향기도 미미한데 어떻게 사람 마음을 파고드는지 {김 기자님의 글 중에서}
여린 나팔꽃처럼 생긴 메꽃이 갑자기 보고 싶어 단산지로 뛰어가 봐야겠습니다.
내 마음에도 내가 모르는 끼가 숨어 있는지 메꽃을 만나러 가 봐야겠습니다.

호박넝쿨 2019-07-31 19:14:48
메꽃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네요..길가다 만나면 꽃말을 기억하며 사랑스런 눈길을 아끼지 않을 거여요.

김만태 2019-07-31 19:04:51
메꽃!
촉촉한 대지를 좋아하지요.
두 팔 길게 뻗어 끌어안기도 좋아하지요.
생살처럼 하얀 뿌리를
서서히 깊숙이 들이는 걸
예전에 엿 본 적이 있지요.

작은 손으로 무른 땅을 파면
꼬불꼬불 기다란 속뿌리가
침고인 입안에 알싸하게 감겼습니다.

옛 소꼽친구를 만난 것 마냥
무척 반갑습니다.

SM Lee 2019-07-31 17:48:39
흔하디 흔한 꽃인데 사진으로 보니까 예쁩니다.

국태민안 2019-07-31 16:49:12
메꽃에 대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논을 갈면 주워 구어 먹던 것이 생각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