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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09: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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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글마당
시니어 글마당 시니어매일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는 신문입니다. 참여하신 독자께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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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줄" 하나 잇다<br /> <br /> 어제를 이어 오늘이 되고 <br /> 오늘은 또 내일로 이어져 인생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p> <p>봄에서 여름을 잇는 4월 마지막 날,<br /> 문득<br /> '줄'과 '끈'을 생각합니다. </p> <p>사실 이 말은 비슷한 것 같아도<br /> 그 성정(性情)이 사뭇 다릅니다.<br /> <br /> '줄'이란 둥글고 너그러우며 사물과 사물,<br /> 인연과 인연을 하나로 이어 주는 매개체입니다.</p> <p>뒷간 서까래와 싸릿문 옆 감나무 가지를 이으면 든든한 빨랫줄이 되고<br /> 전봇대와 전봇대를 잇는 전깃줄은 음극과 양극을 이어 세상을 밝힙니다.<br /> 바늘에 묶인 줄은 저고리의 길, 바지의 길이 되기도 합니다.<br /> 생사의 기로, 죽음에서 삶을 건져 올리는 생명줄은 어떻구요.<br /> 거미줄은 거미에게 삶의 전부이지요.<br /> <br /> 하지만,<br /> '끈'이란 묶고,<br /> 풀고,<br /> 매듭짓고,<br /> 때로는 끊기도 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지요. </p> <p>아울러,<br /> 비슷한 통속들을 제 멋대로 놀지 못하게<br /> 한 무더기로 꽁꽁 엮어주기도 합니다<br /> <br />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줄도 참 많이 있습니다<br /> 사랑과 욕망의 줄,<br /> 핏줄,<br /> 학연과 지연(地緣)의 줄,<br /> 취미가 맺어 준 인연,<br /> 그 줄과 인연은 넉넉하고 편안한 쉼터가 되기도 하지만,<br /> 때로는 끊을 수 없는 질긴 끈이 되어 너와 나를 헤어 나올 수 없게<br /> 단단하게 매듭지어 어둠 속으로 함께<br /> 던져 질 때도 있습니다.<br /> <br /> 묻습니다.<br /> 당신은 어떤 줄과 인연으로<br /> 무엇을 짓고 또 잇는지요?</p> <p>==========</p> <p>2018년 설날,<br /> 어머니 모신 암자에서 끄적였던 낙서 한 줄로 잘려나간 탯줄을 잇습니다.<br /> <br /> 엄니 // 이용근<br /> <br /> 내가<br /> 이 땅에 태어난 날<br /> 내게 이어진 줄 하나 싹둑 잘렸습니다<br /> <br /> 순간<br /> 날숨<br /> 들숨이 트였고<br /> 좌심실<br /> 우심방이<br /> 36.5도로 데워지고 있었습니다<br /> <br /> 몰랐습니다<br /> 잘려진 그 줄<br /> 끝이 아니었음을요<br /> 그 줄,<br /> 지구보다 무거운 내 삶을 지탱했고<br /> 찢어지고 헤어진 내 맘을 보다듬는<br /> 질기디 질긴 끈이었고<br /> 힐링줄이었다는 것을요<br /> <br /> 작은<br /> 항아리에 담긴<br /> 하얗게 부서진 낯선 엄마의 모습에<br /> 끊어졌던 그 탯줄<br /> 다시 잇고 이었던<br /> 설 명절 하루 해가 저뭅니다<br /> <br /> 당신이<br /> 내 최고의 "줄"이였음을<br /> 내게도<br /> 질기고 질긴 줄 하나 있었음을<br /> 어찌<br /> 당신이 가신 후에야<br /> 이리도 큰<br /> 아픔되어 줄 지어 오나요<br /> <br /> 당신과<br /> 나를 이었던<br /> 그 줄,<br /> 그 탯줄<br /> 종일토록<br /> 부질없이<br /> 또 잇고 잇습니다, 엄니.</p> <p><!--// 내용 --><!-- IP&date //--></p> <article class="ip-date text-right"> <div class="ip-date-content"> </div>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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