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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새벽의 귀신 소동
icon 유병길
icon 2019-12-26 17:02:26  |  icon 조회: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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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2020년』 이라는 자막을 보며 20년 전의 떠들썩하던 일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1999년에는 새천년이 오면 삶에 큰 변화가 오고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지고 온 국민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새해 일출을 누구보다 먼저 보고 소원들을 빌고 새천년의 복을 받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12월 31일 동해로 몰리다보니 길이 막히고 숙박시설이 부족하여 고생을 하였다. 우리 가족도 포항 호미곶으로 가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며칠 전부터 감기가 심해진 나는 갈 수가 없어 혼자 집을 지키게 되었다. 집사람과 아들딸 삼남매가 오후 3시에 포항으로 출발하였는데 오후 6시에 전화가 왔다. 길이 막혀 아직 포항까지 못 갔다고 한다. 혼자 저녁을 먹고 감기약을 먹었다. 약에 취하였는지 잠들었다가 깨었는데 TV에서 달구벌 대종 타종식을 하고 있다. 대박이 날 것만 같은 희망에 부푼 새천년을 이불 속에서 맞이하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직장에서 모시다가 돌아가신 분을 만났다. 술 한 잔 하자고 하여 따라갔는데 술집도 없는 이상한 산골짝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가요?”

“조금만 가면 내가 사는 좋은 곳이 있다. 같이 일하자.”

내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있는 힘을 다하여 뿌리쳤다. 잠이 깨었는데,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잠을 자지 않으려고 방에 불을 켰으나 생리적인 현상으로 다시 잠이 들었다. 고향에 갔다. 어릴 때 나를 귀여워하시던 이웃 할아버지를 만났다. 반가워서 인사를 하였으나, 나를 잡을 것 같은 예감에 돌아서서 도망쳐 담 모퉁이를 돌아서니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 손을 잡았다.

“오랜만이구나. 넌 아버지도 보고 싶지 않느냐? 아버지 있는 곳에 같이 가자.”

뿌리치려하여도 잡은 손을 놓아 주지 않았다. 안 간다고 발버둥 치며 옆을 돌아보니 동네에서 돌아가신 어른들이 다 오셔서 왼손과 옷을 잡고 당겼다.

나는 안 간다고, 아직은 못 간다고, 잡는 손을 수없이 뿌려 쳤다. 힘이 달려 따라가기도 하였지만, 순간 온 몸에 힘을 모아 뿌리쳤다. 손이 아파서 잠이 깨고 보니, 손으로 방바닥을 쳤는가 보다. 온 몸이 땀에 젖었는데 새벽 2시 반이었다.

집안의 불을 다 켜놓고 있어도, 잠이 왔지만 무서워 눈을 감기가 싫었다. 뜬눈으로 버티다가 6시 TV정규방송이 시작되었고, 7시 30분이 넘어서자 전국 각지의 해돋이 풍경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추위에 떨지 않고 방안에 누워 정동진, 호미 곶, 성산 일출봉, 경포대, 지리산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천년의 붉은 해를 보게 되었다.

희망찬 새천년 새벽의 귀신 소동!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징조인지, 나쁜 일이 있을 징조인지?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 문제없이 지나갔다.

단체 모임에서 차를 타고 여행을 갔었다. 관광지에 도착하고 보니 같이 온 회원들은 안보이고 돌아가신 동네 분들이 살고 있었다. 기분이 이상하였지만 정신을 차리고 걸어가다가 반갑게 맞이하여 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를 만났고 어머니를 만났다. 친구 아버지인 이장이 내 뒤를 따라 다니며 감시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가 이장을 방으로 불러 술을 마실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를 당겨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닌데 왜 왔어. 빨리 돌아가.”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는 천당이지지만 아직은 네가 올 곳이 아니야. 우리가 이장을 따돌릴 테니 뒷문으로 나가 우측으로 돌아서 작은 산을 넘고 큰 산을 넘으면 이승이란다. 빨리 도망가거라.”

할아버지 할머니가 등을 밀어서 뛰기 시작하였다. 작은 산을 하나 넘고 다시 큰 산을 거의 올라갔는데,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친구 아버지가 뛰어오고 있다. 내가 달리는 길옆에는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죽을힘을 다하여 산 정상에 오르니 안개가 가린 듯 뿌옇게 앞이 안 보였다 이장이 나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다.

“거기 떨어지면 너는 죽는다. 나하고 같이 돌아가자.”

나는 잡히지 않기 위하여 앞으로 뛰는 순간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아! 소리를 질렀다. 집사람이 깨워서 눈을 떴다. 2002년 봄에 또 귀신 꿈을 꾸었다. 며칠 후 잠을 자다가 또 전에 만났던 이웃집 할아버지들과 직장 선배 귀신들을 만나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또 같이 가자고하면 어쩌지?”

뒷길로 도망을 갔는데 언제 왔는지 앞을 가로 막으며 같이 가자며 잡아당겼다. 안 따라가려고 버티다가 온몸에 힘을 모아서 손을 뿌리쳤다.

“아!”

집사람의 비명소리에 잠을 깨고 보니 꿈이다. 옆에 잠자던 집사람을 사정없이 때린 모양이다. 왜 자꾸만 나를 데려 가려고 하는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은 나를 데려 가려는 귀신 꿈 때문에 잠을 자는 것이 싫지만, 1979년에는 사랑하는 여인을 자주 만나는 꿈을 꾸었고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물 음식 등이 목으로 넘어 가는 순간 속이 쓰리고 아픈 통증을 느껴 잘 먹지 못하였다.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결과 위궤양 판정을 받고 병원 약, 위궤양에 좋다는 미제 암포젤 엠을 먹었고, 죽과 백김치를 먹다보니 62kg 체중이 47kg로 떨어지고 얼굴에는 노랑털이 송송하였다.

만사가 귀찮았고 남자구실을 못 하였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꿈 속에서 가끔 만나면 나를 좋아한다는 여인이 있었다. 자주 만나다보니 정이 들었는가? 꿈속에서 만날 때마다 사랑을 자연스럽게 하였다. 잠자리에 들면서 어떤 때는 오늘도 만날 수 있으려나? 기다려졌다.

그때 밀양 산내면 소재지에 용한 한의원이 있다는 소문으로 듣고 찾아가서 약을 지어, 첫 약사발을 마셨는데 통증이 없었다. 두 번째 약을 지으려가서 한의사한테 꿈 속의 여인 이야기를 하였다. 기력이 떨어졌어도 몸에서는 생성되고 배출을 할 수가 없으니 몽정을 한 것 같다며 몸보신을 하라고 하였다. 어머니가 집에서 키운 염소 한 마리를 잡아주셔서 곰국을 끓어놓고 한 달 가까이 먹었다. 거의 다 먹어 갈 무렵부터 기력이 회복되면서 꿈속의 여인은 만날 수가 없었다. 음식 조심하고 약을 먹고 위궤양에 좋다는 옷 닭도 먹으면서 치료가 된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빈 젖을 물리고 동냥젖을 얻어 먹이며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 돌아가셔도 나를 도와주셨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나는 꽃 피는 춘삼월에 갈 것이다”라고 늘 말씀 하셨다. 죽음에 대한 예감을 느끼시는가? 궁금하였는데, 2년 후 봄에 92세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삼일장으로 종중산에 모셨는데, 상여가 올라가는 길옆에는 진달래 개나리가 만발하여 좋은 곳에 가시도록 축복하여 주는 것 같았다.

저녁상을 물리자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아닥쳐 빈소 방에서 작은 고모부와 잠을 잤다. 얼마를 잤을까, 얼굴에 몹시 화가 나신 할머니가 “빨리 일어나라”고 하셨다. 피곤하여 내가 몸을 뒤척이자 “빨리 안 일어나고 뭐하느냐”고 호통을 처서 눈을 번쩍 뜨니, 방안에 붉은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불이야~”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니 불이 제상에서 천정으로 타오르고 있다. 이불을 휘둘러 명주 천을 떨어트려 이불로 누르고, 제상 위에도 이불을 덮어 불을 끄는데, 큰방에서 잠자던 어머니 작은고모 집사람 동생 매제 모두가 놀라서 뛰쳐나왔다.

불을 켜고 보니 영위를 모셔 놓은 제상에 켜둔 촛불이 넘어지면서 영정사진의 플라스틱 테두리에 불이 붙으며 천정에서 내려 제상을 가려 놓은 명주 천에 불이 붙은 것 같다. 불길이 조금만 더 타올랐다면 종이로 바른 천정 전체에 불이 붙고, 집 전체로 불길이 번져 갈 만큼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쪽 테두리가 타고 누렇게 변색된 영정사진을 들고 삼우제 때 산소에 갔다. 돌아가셔도 우리를 지켜주신 할머니 은혜에 감사를 드렸다.

가끔 가위가 눌려서 꼼짝달싹도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어찌 어찌하여 벗어나면 살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잠자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다시 잠이 들면 또 가위가 눌려서 고생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것을 알고부터는 가위가 눌렸다가 벗어나면 돌아 눕거나 화장실을 갔다 오면 연속적으로 가위에 눌리지 않았다.

보통 꿈은 한번 꾸고 깨어나면 끝인데 다시 잠들 때나 며칠이 지난 후에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귀신 꿈을 꾼다는 것이 이상하였다. 여러 사람들한테 꿈 이야기를 하였다. 매사에 조심하라는 충고를 하는 친구들과 몸이 허하면 많은 꿈을 꾼다고 보신을 하라는 어른들도 있었다. 꿈은 꿈일 뿐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는 사람도 많았다. 서문시장에 갔다가 절에 열심히 다니는 민 사장을 만나 꿈 이야기하였다. 예사 일이 아니라며 가지고 있던 책을 주면서

“잠자기 전에 큰소리로 읽고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 잡귀들이 왔다가 책을 보고 도망간다.”

는 사례도 있다고 하였다.

믿어보려고 마음을 먹고 매일 읽지는 못 하고 가끔 읽었는데, 그 책의 효험인지 이십 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는 그런 나쁜 귀신 꿈은 꾸지 않았다. 만약에 그때 끌려갔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 믿기지 않지만 귀신들이 같이 가자고 당기는 꿈은 다시는 꾸고 싶지 않다.

2019-12-26 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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