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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빨간 홍시
icon 진대식
icon 2019-11-13 11:46:39  |  icon 조회: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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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버지 직업을 따라 초등학교를 3번이나 옮겨 다녔다. 가는 곳마다 낯설고, 그때마다 외갓집이 그리웠다.

산골마을 외가 동네는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2년을 다니다가 전학을 왔기 때문에 방학만 되면 외갓집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낙동강 굽이도는 강변에 키다리 버드나무 가지에 매미소리가 정겨웠던 나의 외갓집. 나룻배를 타고 외가에 가는 길은 신났다. 외할머니는 내가 왔다는 소식에 논에서 일하시다 흙 내음 물씬 풍기는 맨발로 한숨에 달려와 안아 주셨다. 새떼를 쫓으며 들려 주셨던 옛날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었다.

겨울방학이면 뒷동산에 지게를 지고 올라가 땔감을 구해오기도 했다. 외할머니는 땔감을 해온 장한 손자 간식으로 옹기 깊숙이 넣어 두었던 살짝 언 홍시를 꺼내주셨다. 그 홍시 맛은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맛있었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검소하셨던 외할머니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깊은 주름이 잡혀갔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외할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 외할머니가 주시는 빨간 홍시 맛은 볼 수가 없다. 찬바람이 부는 요즘. 흑백 사진 속 외할머니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진다.

2019-11-13 11: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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