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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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전야
icon 김병곤
icon 2019-09-17 14:30:51  |  icon 조회: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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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에서는 오늘을 작은 추석이라 불렀다. 아울러 설 전날은 작은 설날이라 불렀다.

출가외인인 누님을 뺀 3형제가 또 간만에 만나 약간 늦은 시각 한잔의 낮술로 회포를  풀고 지금은 잠시 휴식  중.

이듬 해의 키와 체격과 발의 성장치를 정확히  예단하시는 엄마의 눈에 꼭 맞는 새옷으로 성장을 하고, 검정고무신이나 운동화 역시 내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쬐끔  넉넉한 새신으로 갈아 신고 도토리가 우두둑 떨어져 있는 그리 머쟎은  동구를 지나 이슬 밟으며 도착한 큰댁.

차례 후 평소엔 잘접하지 못하는 산해진미로 아침을 먹고, 송편 두어 개와 오징어 포 몇 가닥을 우물거리며 화약총 놀이ㆍ구슬ㆍ딱지치기로 동네마당에서 진종일을 놀곤, 저녁의 앞산에 떠 오르는 달은 언제나 정말 큰쟁반 같이 샛노ㅡ란 둥근달 이었다.

그 때 그날의 아버지 엄마가 오늘도 지금도 곁에...!!!

첫 아이 땐 목동의 다세대 주택에서, 둘째 아이의 출산 즈음 해서는 휘경동 위생병원 근처의 감나무가 있던 마당깊은 집에서 전세를 살았다.

녀석을 양력 8월 중순에 출산했던 관계로 그해 추석엔 고향엘 가지 못했다. 2층엔 주인아주머니가, 1층엔 우리 말고 한집이 더 살았다. 

내 나이 서른 넷 이던 그해 작은추석날 여지없이 쟁반 같은 샛노란 둥근 달이 떠 있을 때, 옆집은 고향(아마 광주였었지?)으로 내려가고 우리만 주인 아주머니의 초대로 2층엘...(차ㅡ암 고왔던 마흔 정도의 아주머니와 여자 꼬맹이 하나가 전부이던 식구)

 나 혼자만 먹었으니 나 혼자만 거나해질 무렵 주인아주머니의 독백 같은 고백의 흥얼거림. 이대를 나왔단다. 

 그런데 나오면  뭣 하냐고요...

 ...???

남편은 아이가 두어 살, 그러니까 돌이 지나자마자 어느 아가씨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단다.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수소문 끝에 강남의 어느 아파트로 찾아 가 남편을 만났는데 그여인이 당신보다도 더 너무 고와 차마  말 한마디  못하고 고이 그 집을  나왔단다.

그래도 1년에 두 번, 오늘 같은 작은 추석 작은 설날엔 남편의 한복을 정성스레 손본단다.

행여 그이가 돌아올까 봐...

 

2019-09-17 14:30:51
59.23.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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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광 2019-09-24 19:45:39
명절 날 회상의 추억에 잠겨보는 ...시간이 아쉬움과
정감이 교차하는 순간입니다...건승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