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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만들기
icon 곽종상
icon 2020-07-24 11:14:04  |  icon 조회: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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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외롭다. 아무 할 일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늘은 어디 가서 이 외로움을 달랠까? 생각해 보지만 쉽지 않다. 가끔은 기분 좋은 일이 생겨 웃으며 지낼 때도 있지만 너무 드물다. 감나무 밑에서 홍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좀 힘이 들더라도 감나무에 올라가든지, 긴 장대로 홍시를 따는 게 휠씬 나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 때문에 모임도 못하고, 나들이도 제한되어 더욱 답답한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나 찾아보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늙은이지만 몇 가지 실행해 보니 효과가 있어서 소개해 본다.

공원이나 산길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다. 아무 도구가 없어도 없 힘 들이지 않고 꽁초나 과자 껍데기, 휴지 등은 주을 수 있다. 하찮은 일 같지만 거기서 느끼는 뿌듯함은 크다. 처음엔 쑥스럽기도 하고, 행여 담배 피우는 사람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비웃지나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이 없을 때만 줍다가 얼마간 하다 보니 배짱이 생겨 보란 듯이 주웠다. 길이 깨끗해지면서 이 길은 내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생기면서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 뿌듯해진다.

또 길을 걷다가 짐을 들고 가는 사람을 보면 "무거운 것 같은데 같이 들고 갑시다." 한다. 상대가 응하면 대화도 하면서 즐거운 동행이 된다. 사양하더라도 괜찮다. 그것만으로도 뿌듯한 기분은 남는다. 비록 팔은 들어주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난 내성적이라 남과 말하는 걸 두려워했는데 이런 걸로 성격도 대범해졌다.

한 가지 더 있다. 공원이나 산책길 옆에 가뭄에 시드는 나무나 풀꽃에 물을 주는 일이다. 지난 봄 가뭄에 시드는 동백꽃이 있기에 배낭에 물을 지고 가서 서너 번 듬뿍 주었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살펴보니 싱싱하게 되살아난 꽃이 나를 보고 방실방실 웃는 것 같았다. 그 재미에 딴 곳에도 눈을 돌려 시드는 풀꽃도 살렸다. 살아날 건지, 죽을 건지, 관심거리가 되었고, 마침내 새 잎이 나오자 그 걸 보는 재미로 산책길이 한층 즐거워졌다. 그렇게 되살린 꽃은 집 안에서 키운 화분의 꽃보다 더 애착이 가고 예쁘게 보였다. 내년 봄에는 좀 더 다양한 나무나 꽃에 관심을 갖고 키워 볼 생각이다.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을 만들면서 좁은 마음도 조금씩 넓어졌다. 며칠 전 친지 자녀의 결혼식에 가느라 도시철도를 이용했는데 내려서 보니 준비했던 축의금 봉투가 없어졌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소매치기를 당한 건 아니고, 안주머니에서 솟구쳐 올라 떨어진 게 분명했다. 마침 여유 돈이 있어 낭패는 면했지만 아까웠다. 아내는 몇 백 원의 착오에도 엄청 낑낑거리며 여러 날 되풀이하는데...... 만일 이 얘기를 했다간 엄청 꾸중을 듣고, 오랜 기간 기분을 망치게 할 것이다. 좀 다르게 생각해 보자.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주워서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자 찜찜하던 기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늙었다고 한숨만 쉬며 보낼 게 아니라, 찾아보면 이런 거 말고도 즐거운 일이 많이 있을 것이다. 각자가 지닌 취미나 재능으로 더 보람 있는 일을 찾아서 외로움을 덜고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면 나 자신은 물론 세상도 한결 밝아지지 않을까.
곽종상 대구시 남구 큰골길 200 보성청록타운 101-1401 (010-3481-6898)
2020-07-24 1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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