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글마당 시니어매일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는 신문입니다. 참여하신 독자께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흐르고 흘러
매향/도현영
장대비가 내릴 때면 흙탕물 고인
그 자리가 고향인 줄 알았는데
잠시 머물다가 떠돌이처럼 흘러간다
애초에 그대 집은 없는지라
물결 따라 바람 따라 흐르다 보니
편히 머물 곳으로 흐르겠냐마는
때론 시궁창에 머물 때면
언젠가 정화되어 순결해질 거라는
그 냄새마저 참으며 윤슬로 출렁이는
바다를 볼 날만 기대하며 또 흘러간다
수많은 길을 찾아 좋은 곳으로
흐르기 위해 물살끼리 부딪치는데도
비명은 요란한데 싸우는 법이 없다
빈틈없는 물살에 휩쓸리다가
무서운 악어를 만날 수도 있지만
운이 좋아 너른 바다로 흐르다 보면
잠자는 고래 등에서 쉴 때도 있다
정처 없는 그대 인생
그렇게 수많은 길을 타고 흐르다가
또다시 내 곁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