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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뜯으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
icon 우정렬
icon 2020-03-16 18:47:48  |  icon 조회: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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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예년에 비해 큰 추위없이 지나가고 이제 곧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마지막 가는 겨울이  아쉬워  꽃샘추위가 몇 차례 더 있겠지만

자연의 이법과 계절의 변화는 어쩔수 없이 서서히 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찾아든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확진자와 사망으로 시끌벅적하지만 이도

곧 지나가며 사라지리라 본다. 현대의학의 발달과 개인의 위생청결로 웬만한 질병은 퇴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의 상징은 뭐니해도 꽃들인지라 매화와 산수유가 먼저 피어나 화사한 자태를 보여주고 목련이 3월 중순부터 피어나 봄의 기운을 보여 주며 샛노란 개나리가 피면서

갑자기 산과 들이  생기가  돌며  벚꽃이 도로와 아파트 화단, 산골에 피면서 온통 벚꽃 축제 투성이가 되고 마지막으로 진달래가 피어나면서 봄의  절정을 이루게 될 것

이다. 비록 겨울이 갈수록 길어지고 지루한 느낌을 주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옛날만큼 그리 춥지는 않으며 포근하고 따뜻한 기온과 더불어 봄의 상징꽃들이 피어

나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느낌을 줄 것이다.

   날씨가 풀리면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면서 아낙네들은 들녘에 나가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쑥캐기에 나서게 된다. 쑥, 달래, 냉이 등 여러가지  봄나물이 온  산천에

깔리게 된다. 내가 시골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에는 보리고개 시대였었기에 봄나물을 닥치는대로 뜯어 모자라는 양식을 대신하기도 했다. 사내아이였지만 쑥을 캐고 달래

나  냉이도 뜯으러 할머니와  엄마, 누나와 함께 자주 들판으로 갔었다. 할머니와 밭 두렁에 앉아 쑥, 나락냉이를 뜯어 소쿠리에 담으며 마냥 좋아라 했다. 할머니는 구부러

진 허리에 가득 담긴 봄나물 소쿠리를 힘들게 끼고 오시다 피곤하셨든지 수양버들 나무 밑에서 쉬었다 가자 하시며 주저앉았다.

  때마침 수양버들이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지라 가지가 축 늘어진 수양버들을 꺾어  껍질을 벗겨내고 끝을 납작하게 한뒤 얇게 칼로 다듬어 기어코 피리를 만들어 주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런 할머니 뒤를 따라오며 "삐리리 삐리리" 목이 아프도록 열심히 피리를 불어 대었는데 그래서 나는 할머니와 함께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 것을 제일

좋아했었던 것 같다. 쑥을 비롯한 산나물도 뜯고 피리도 부는 재미로 마냥 가족과 함께 산으로 들로 돌아 다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뜯어온 쑥과 산나물로 어머니께서는 손수 쑥국을 끓여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으며 쑥국은 아픈 목을 낫게 해 준다는 말도 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남은

쑥은 쌀가루를 묻혀 쪄내는 쑥 털털이라고 있었는데 식량이 귀했거나 없던 시절 식사대용으로 자주 애용되곤 했다. 많이 쪄서 이웃집과 친척집에 돌려 나누어 먹기도 했었

다. 냉이와 달래는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정말 봄냄새 같은 향긋한 맛과 냄새가 나서 일품이었다.

  요즘은 시간이 많은 여자들이나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데 옛 시절 온 가족이 봄나물 뜯으러 함께 나갔던 추억이 새로우며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경험조차 해 보지  못하고

그저 학교와 학원 등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해 콘크리트 건물안에서만 지내는 모습이 애처롭고 서글프기 짝이 없다. 한창 어린 시절에는 자연을 벗하고  대자연과  더불어

친구들과 함께 장난도 치고 놀이도 하며 자연친화적으로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너무 아이들을 건물 벽 안에만 가두어 과연 사는  맛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라도 부모

들이 주말이나 공휴일에 시간을 내어 자녀들을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 쑥도 캐 보고 냉이와 달래도 뜯는 봄의 산경험을  하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가족간의  정도

깊게 들수 있기 때문이다. 
  봄나물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있다고 하니 건강식이 아닌가. 아마도  내가 70에 이르는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당시

어린 시절에 봄나물을 많이 먹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2020-03-16 18: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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