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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icon 김외남
icon 2020-02-03 14:39:55  |  icon 조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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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대목 1월 23일 일어난 사고였다. 대목 아래 버스도 사람도 바쁘고 짧은 해마저 서산 해넘이 바빴다. 버스를 타고 달구벌대로에서 내려 만촌1동으로 오는 버스로 환승했다. 양어깨에 맨 가방도 불룩하고 두 손에는 제사 장거리를 들고 있었다. 한 번에 장보기가 벅차 오며 가며 사다 나르는 중이었다. 버스 맨 앞자리에 자리에 양손에 들었던 비닐봉지의 짐을 놓고 불편하게 앉았다. 간선도로는 차가 크게 밀리지 않아 대여섯 코스는 금방 도착했다. 의자에 앉아 하차 벨이 먼 탓에 손이 닿지 않았으나 모르는 승객 가운데 누군가 벨을 눌렀다. 딩 딩동 소리가 나면서 하차 불이 빨갛게 켜졌다. 내릴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나도 서둘러 뒤쪽 문으로 갔다. 한 승객이 먼저 내리고 나는 뒤에서 한발 내리려는데 스르르 버스 문이 닫히고 말았다. 미처 내려서지 못한 수그린 자세의 내 목으로 버스 문이 닫히며 내 목을 조여 왔다. 기사는 한 분만 내리는 줄 알았는지 보지도 않고 차 문을 닫고 출발했다. 내 다리와 몸통은 버스 바닥에 있고 목만 문 틈새에 끼인 꼴이 됐다. 추운 날씨에 두꺼운 목티를 입었기에 목 조임은 그런대로 덜 한 듯했지만 버스 문이 더 조여지면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에 겁이 났다. 양쪽 목 근욱 때문에 목이 뒤틀려졌고 앞뒤로 목의 각도가 틀어져 조여 눈이 아래로 내려다보였다. 버스 하차 문 가장자리의 패킹선이 일직선이 눈에 들어왔고 버스가 움직이며 문이 덜 조여진 채 몇 미터 가는 중이었다. 나는 소리도 못 지르고 세상이 하얗게 보였다. 의식이 가물거림과 동시에 승객들의 아우성이 들리고 동시에 버스가 서며 앞뒷문이 열리고 목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기사가 뛰어오고 승객들도 내다보며 기사를 몰아세웠다. 정신을 가다듬고 툭, 두 발은 길 위에 닿았다. 양손에 짐 봉지를 들었고 휴 긴 숨을 내쉬었다. 얼떨떨하고 당장 아픈 데는 모르겠다. 승객들이 우루루 내다보고 기사가 앞문으로 급히 내려 괜찮으냐고 따라오며 다그쳤다. 창피하고 분하고 조였던 목이 시원함을 느끼며 돌아보기도 싫었다. 목이 졸려 죽는 사람이 이런 상태로 숨 못 쉬고 축 늘어지고 죽는가 보구나.

"괜찮아요. 이상 있으면 연락하라"는 기사의 말에 괜찮다고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소리를 질렀다. 돌아보니 저쯤에 버스꽁무니가 보인다. 그냥 인도로 올라서서 집으로 왔다. 여기서 사고라도 났으면 이 대목에 어쩔 뻔 했을까. 내가 나를 지켜낸 셈이다. 이상 없을 것 같다. 고개를 돌려 달려가는 버스 꽁무니의 번호판만 외웠다, 집에 와서 뜨거운 수건으로 목을 감고 찜질하다가 찬 수건으로 하다가 근육통에 바르는 약을 듬뿍 바르고 누워서 목을 이리저리 양껐 돌려본다. 거울을 보니 약간 붉다. 좀은 안 좋지만 이만하면 다행이다. 이튿날 자고나니 입술에 앵두만한 망아리가 생겨 숟가락이 멍우리에 닿으면 아프다. 놀라고 지치고 힘든 육체의 하소연인가보다. 새해에 닥칠 액땜을 미리 했나보다.

2020-02-03 14:39:55
59.23.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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