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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즐거움
icon 곽종상
icon 2020-01-29 17:21:01  |  icon 조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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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소소한 즐거움이 많다. 이런 작은 거라도 자주 느끼다 보면 더 큰 즐거움이 된다. 아내가 외출했다가 ‘저녁 먹고 갈 테니 기다리지 말고 드세요.’ 라는 전화를 자주 한다. 그때마다 쓸쓸함보다 오히려 반갑다. 내 맘대로 만들어 먹겠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게 오래 되진 않았다. 바쁘게 일할 때, 또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는 불평을 하면서 대충 챙겨 먹었다. 그러다 생업에서 벗어나고, 아내의 우울증을 느끼면서 차츰 바뀌었다. 자잘한 집안 살림에서 벗어나 남들과 어울려 웃고 지내는 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나들이를 권하게 되었다.

또 다른 계기도 있었다. 손주들 8명 합숙을 하면서 아내 혼자서는 너무 버거운 일이기에 ‘오늘 점심은 내가 담당할 테니 당신은 구경만 해요.’ 하고서, 마트에서 봉지 짜장면을 사서 감자와 돼지고기를 첨가해 끓였더니 “와아 할아버지 짜장면 최고예요.” 한 아이가 소리치자 딴 아이들도 덩달아 맛있다며 잘 먹었다. 그 다음날은 비빔면도 만들고, 만두도 만들었다. 만두 재료는 아내와 같이 만들어 놓고 아이들 모두에게 각자 자기 먹을 것을 만들자고 했더니 좋아하면서 둘러앉아 모양도 제각각, 크기도 제각각으로 만들었다. 네 살 막내는 할머니가 거들고 나머지는 제몫을 만들면서. “이건 내 거야. 아무도 먹지 마” 한다. 별난 맛이 있어서가 아니고 여럿이 어울려 먹는 분위기가 맛을 더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여럿이 어울려 먹는 걸 어른들도 할 기회가 생겼다. 같은 연배 여섯이 부부 동반으로 걷는 여행을 하면서다. 이 시작은 노인복지관 주관으로 해남 땅끝에서 임진각까지 걷는 행사에 참가했다가 그 재미를 알았다.  우리 끼리 나서보자며 친구들과 동해안 걷기에 나섰다. 복지관 행사 때는 짜인 예정표에 맞추느라 지시대로 움직였는데 우리 맘대로 걷다가, 놀다가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때가 되면 갯바위나 모래밭에서 밥 짓고, 찌개 끓여 둘러앉아 먹었다. “와! 밥이 참 잘 됐네.” “밥맛이 꿀맛이다. 된장은 뭘 넣어서 이래 맛이 있노? 옛날 모심기 하다가 들판에서 먹던 그 맛이다,” 그러면서 맛있게 먹으니 나는 대단한 일이나 한 듯이 뿌듯하고 밥이 절로 넘어갔다. 집에서 끼니때마다 골몰하던 부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고, 웃을 일도 많으니 또 가자, 또 가자. 하여 해마다 두세 번씩 십년 넘게 다녔다.

그 뒤로는 야외서나 집에서나 밥 짓고 반찬 만드는 일이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아내가 밖에서 먹고 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오늘 저녁은 무엇으로 색다른 걸 만들어 볼까? 그 생각하는 것부터 즐겁다. 어제는 무엇을 넣었는데 이번엔 거기에다 또 다른 걸 넣어 봐야지. 냉장고를 열고 찾다가 적당한 걸 발견하면 옳지 이걸로 만들면 되겠구나. 그러다 기대한 맛이 아니어서 실망할 때도 있다. 그러나 다음엔 또 다른 걸로 만들어 본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이렇게 먹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놀이도 한다. 장소에 따라 윷놀이, 몸짓으로 속담 알아맞히기, 야외에서는 자치기, 비석치기 등, 모두가 어린이로 돌아가 배가 아프도록 실컷 웃는다.

최근엔 또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이렇게 예쁜 홍매화가 빵그시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어요."  작년에 새로 만난 친구가 마치 사랑하는 애인을 만나고 온 것처럼. 핸드폰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는 해마다 이맘때 국채보상공원의 그 홍매화를 보러 간다고 했다. 가끔은 헛걸음 할 때도 있지만 다시 가서 만난다고 하면서, 내일은 대구수목원으로 또 다른 매화를 보러 간다기에 나도 동행하기로 했다.   

꽃을 좋아하면서도 이 친구처럼 먼 곳까지 찾아다니며 맞이할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는 좀 더 즐거움을 찾아나설 생각이다.
 

2020-01-29 17:21:01
59.23.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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