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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와 감나무의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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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20-01-12 10:40:09  |  icon 조회: 443

밤나무와 감나무의 다툼

- 자기도취에 침체한 의식을 깨닫는 아침 -

 

밤나무와 감나무는 같은 땅에서 한 이웃으로 태어났습니다. 농부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 새록새록 자랐습니다. 고운 마음. 정겨움으로 자연의 혜택을 입으며 잘 컸습니다.

 

농부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정성으로 길렀습니다. 두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서 가지가 뻗어나고 잎이 돋아났고 꽃을 피웠습니다.

잎이 나기 시작 무렵부터 서로 시기와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밤나무가 감나무에 너는 왜 잎이 그렇게 빤질빤질해?”

감나무가 밤나무에넌 왜 잎이 그렇게 뾰족하게 생겼니?”

 

서로가 흠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꽃을 피웠습니다.

감나무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꽃을 피워 아이들의 목걸이도 되고 팔찌도 되었습니다

밤나무는 털이 숭숭 나고 길쭉한 꽃을 피웠습니다.

 

이번엔 서로가 꽃을 가지고 다툼을 벌입니다.

밤나무가 감나무에 넌 해죽해죽 미소 지으며 꽃을 피워 벌, 나비를 유혹하는구나!”

감나무가 밤나무에 넌 이상한 냄새를 풍기면서 꼬리를 흔들며 벌, 나비에게 구애를 하는구나!”

서로가 다투는 동안 무더운 삼복이 지나가고 머리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이 우르르 쾅쾅! 소리쳤지만, 두 나무는 무심했고 이웃의 작은 도토리나무, 만개, 호두, 대추나무들은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습니다.

 

농부는 행여 두 나무가 다칠세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나 두 나무는 농부의 마음을 모르고 서로 다투기만 합니다.

 

드디어 설익은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밤나무가 감나무에 넌 왜 그렇게 얼굴이 빤질빤질하게 생겼니?”

감나무가 밤나무에 어휴, 넌 뾰족한 침을 뒤집어쓴 음흉한 얼굴이구나!”

 

농부는 쉽사리 심판할 수 없었습니다.

이놈은 이놈대로, 저놈은 저놈대로 맛이 있을 것 같아 옳은 심판을 내리기엔 이른 것 같았습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온 산천이 울긋불긋 오색으로 물들고 황금 들판엔 허수아비가 새 떼를 쫓습니다.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입니다.

 

두 나무는 튼실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밤나무가 감나무에 넌 부끄러운 일을 많이 한 모양이구나! 얼굴을 붉히면서 까치를 불러 도움을 청하네?”

감나무가 밤나무에 넌 살벌했던 뾰족한 침을 감추고, 매끈한 속살을 내놓아 다람쥐의 도움을 청하는구나!”

 

농부는 두 나무의 다툼을 보고 지금은 알 수 없으나 잘 익은 다음 시식해 보고 심판하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농부는 감나무에게 말했습니다.

감나무야, 네 열매인 감이 자라는 동안 껍질에 온갖 미세 먼지와 속세의 떼가 묻어 있어 내가 그 껍질을 벗겨 줄 테니 뜨거운 태양 아래 깨끗이 목욕하고 지금까지 잘못한 일을 용서 받아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달콤한 곶감으로 다시 태어남이 어떻겠니?”

 

농부는 밤나무에게도 말했습니다.

밤나무야, 네 열매인 밤이 그동안 지은 잘못들을 용서 받으려 음흉한 침 가죽을 벗었지만, 옹고집으로 굳어진 껍질이 또 한 겹 있구나. 그 딱딱한 껍질도 벗어 바리 렴. 그리고 그 속에 떫은 속껍질이 또 한 벌 있을 테니, 그것마저 벗어버리고 하얀 속살 드러내어 정제된 맛을 보여주렴.”

 

드디어 심판의 날이 다가 왔습니다.

희망의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리가 조상을 숭배하는 설날 제사상이 차려졌습니다.

조 율 시 이....에 따라 진설된 상에 흠을 벗은 곶감과 하얗게 다듬어진 밤이 조상과 제관들에게 심판을 받으려 합니다.

 

제관들은 모두 시시각각입니다. ‘곶감이 맛있다’ ‘밤이 맛있다서로의 논쟁 끝에 결론이 없자. 옆에서 지켜보시던 할아버지가 서로 우기지 말고 각자 맛있는 것 골라 먹으면 돼.”라고 했습니다. 조상님들도 그래, 맞아.” 하시는듯했습니다.

 

농부는 이놈, 저놈이 자기도취의 의식을 버리고 서로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며 정답게 지내기를 소원하며 말했습니다.

 

먼저 밤에게 말했습니다.

밤아, 저 감나무를 보아라. 어린사절 초록 옷을 입고 있을 때 자기 몸을 희생하여 염색하는 원료로 활용되었고, 잎은 약재로 사용되어 사람들을 도왔으며 차디찬 겨울 앙상한 가지 끝에 빨갛게 잘 익은 홍시로 매달려 배 곺은 까치의 먹이가 되는 등, 자기를 희생하는 좋은 점들도 많이 있단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곶감에게 말했습니다.

곶감아, 밤나무는 그 날카롭고 흉측 서른 옷 속에 품고 있던 밤알을 숲 풀 속에 떨어뜨려 이른 새벽 베잠방이 적시며 알밤 줍는 아이들을 즐겁게 했으며, 연약한 다람쥐의 겨울 양식으로 도움을 줬고, 무엇보다 가난한 할머니가 생계유지를 위해 기차역전에서 추위에 떨며 칼로 머리를 도려 연탄불 위에 이리저리 굴려 구워서 군밤으로 다시 태어나 길손들의 간식이 되어 사랑을 받고 있지 않느냐?”

 

곶감은 농부의 밀에 감동하여 지금까지 밉게 민 보아왔던 밤을 새삼 훌륭하게 느껴 앞으로는 좋은 점만 살펴보겠다고 다짐하는 듯 했습니다.

 

이런 곶감과 밤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아이들이게 농부가 말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은 장차 이 나라를 이끌고 갈 기둥이자 희망이란다. 밤나무와 감나무가 서로 나쁜 점만 탓하며 서로 미워하며 다투는 모습에 귀 기우리지 말고 착하고 좋은 점만 골라 귀감삼아 바르게 자라기 바란다.”고 말하며 당부했습니다.

 

농부는 감나무와 밤나무의 다툼이 우리 인생살이(정차판)와 참으로 비슷함을 느끼면서 밝은 새해를 향해 따뜻한 봄을 기다렸습니다.

 

 

류기환

2020-01-12 10: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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