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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닮은 서민의 삶
icon 우향화
icon 2019-12-19 11:44:22  |  icon 조회: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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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래 전에 읽었던 시 구절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가 생각난다.
요즘 젊은이들은 연탄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를 것이다. 지금은 기름이나 가스, 태양열, 전기 등으로 난방을 하니 말이다.
연탄에 대한 추억은 추위가 다가오면서 서서히 되살아난다. 엄동설한 겨울 한밤에 불이 꺼질까봐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연탄 갈던 기억이 새롭다. 만약 연탄불이 꺼질 경우 냉방에 자야 하고 차가워 잠조차 제대로 오지 않으며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왜 불현듯 연탄 타령인가. 먼저 계절 탓이다. 원래 겨울은 있는 사람에게는 낭만이 되지만 없는 사람에게는 더 할 수 없이 냉정하고 지내기 어려운 계절이다. 여름은 연료비가 필요없이 대충 지내도 되지만 겨울만 되면 부잣집에서는 하도 난방을 많이 해 속옷 바람으로 생활하며 가난한 집에서는 기름이나 가스를 절약하기 위해 약간만 데워 생활하기 일쑤다. 아직은 초겨울이라 큰 추위가 아니지만 곧 닥치게 될 겨울 찬바람이 유난히 시릴 것 같은 예감 때문에 과거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던 연탄 생각이 절로 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 돌아가는 세상 꼴이 시끌벅적이고 기상천외하여 더욱 마음을 안쓰럽고 차갑게 억누른다.  아예 귀 닫고 눈 감고 살고 싶은 맘이 들게 한다. 매일 터지는 사건 사고들,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입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실상은 당리당략과 정략에만 몰두하는 여야 정치인들, 조그만 권력과 금력만 있으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갑질 행위, 남은 재산이 고작 30만원도 안 된다면서도 여러 부하들을 대동하고 골프 치러 다니는 전직 대통령, 아무리  갖가지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아도 연간 3억원씩 오른다는 서울의 신축 아파트들, 정부는 백방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대책을 내 놓아도 힘든 청년들의 구직난,  0%대라 해도 실제 피부로는 두 자리 수나 오른 소비자 물가, 국내보다 해외투자로 눈 돌리는 대기업들, 자식의 대학 진학과 재테크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강남좌파 등.

정말 차라리 듣지 않고 사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리란 생각이다.  또한 여성들의  상당수가  아예 결혼이나 자식 낳기를 포기하고 독신으로 살아가겠다고 하니 남성들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가 능력있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자녀들은 별 노력하지 않아도 이래저래 부모가 만들어준 스펙으로 대학이나 대학원, 취업이 용이한데 대다수 빽 없고 힘 없는 부모들의 자녀들은 이래저래 피해와 불이익을 당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는 언제 평등하고 반칙없는 공정사회가 될런지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경제발전과 성장 덕분에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지만 그 혜택을 모든 국민이 다 누리는 것은 아니며 갈수록 빈부격차와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되어 가니 애당초 평등사회는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그런 시대는 오지 않으리라 본다.

옛날에는 백 장, 이백 장씩 연탄을 꽉 채우고 나서야 월동 걱정 한 시름을 놓던 우리들 부모님이 아니던가. 집에 연탄을 들이던 날이면 먹지 않아도 속이 든든하다 말하시곤 했다. 그렇게 귀하게 여겼던 연탄이었기에 그 불씨를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려던 당신의 노력 또한 유난스러워 밤잠은 늘 새벽 여명에 잡혀 먹히곤 했다.

이렇듯 서민의 애환 어린 삶은 특히 겨울에는 연탄 그 자체였다. 그런데 참으로 서글픈 노릇이다. 분명 살기가 좋아져 연탄 사라진지는 오래됐는데 우리네 삶은 다 타버린 연탄재 마냥 누군가의 발끝에 힘껏 차이는 지경이 돼버린 것 같으니 말이다.  유난히  더 시리고  추울 것 같은 겨울의 문턱에서 소리치고 싶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우향화(서울시 서대문구)  

2019-12-19 11:44:22
59.23.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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