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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icon 장명희
icon 2019-06-12 18:32:06  |  icon 조회: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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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사람이란? 만남에서 출발하여 모든 인연을 만들어 가며 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첫”이라는 말은 신성한 의미를 준다. 싱그러운 풀잎에 이슬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느낌에 견주어 보면 어떨까. 나이가 들면 나 역시 과거지향적인 삶을 마음속에서 보태면 산다. 부모님은 올해 결혼 70주년을 맞이한다. 생명이 단명인 사람에 비하면 한 평생을 살고도 자투리가 남을 정도의 여유가 되는 셈이다.

항상 나와 습관화 되어버린 듯한 일상적인 대화가 있다. “얘야! 난 지금까지 무엇 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 약간의 서글픈 생각을 머릿속에 담으면서……. 그런 말씀 속에서 비켜갈 수 없는 세월의 무상함도 묻어난다. “어머니! 주름살 사이로 열심히 살아오신 두께가 쌓여있는걸요.” “그래, 그래 그렇게 이 애미를 이해해줘서 고맙다.” 어머니의 듬성한 이빨사이로 웃으시는 그런 모습. 철없는 어린아이가 마냥 즐거워 웃음 꼬리를 짓는 것 같기도 해서, 덩달아 나도 함께 웃으면서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다.

곁에 계시는 아버지께 낮은 목소리로 여쭈신다. “당신 오늘 무슨 날인지 아시는 교?” 묵직한 성품인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오늘 뭐 소한(小寒)이지 뭐” 어머니의 눈빛에는 서운함이 밀려오는 듯 했다. “내가 당신께 묻는 내가 그~리지 뭐” “오늘이 당신과 나 처음 만난 날 아닌 교~” 지금까지 자식으로서 그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시간들. 당신께 너무나 소중한 날을 기억해 드리지 못해 가슴이 뭔가 벌에 쏴 이는 듯 따끔했다.

아버지께서 잠시 침묵하시더니 미안한 생각이 드셨는지 자리를 뜨시고 말았다. 아버지의 일상적인 모습을 난 항상 잘 알고 있다. 어머니와의 거북한 대화가 있으면 똑같은 행동이 되풀이 된다. 굽어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 한 채 아파트 마당 한 바퀴 돌고 오신다. 한참을 지났을까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시지 않아서 걱정이 되어서 베란다 문을 열어 보았다. 당신의 거동도 불편하신 몸으로 장미꽃을 한 다발 들고 올라오시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을 보는 순간 감동이 되어 눈물이 고이는 듯 했다. 처음 만났던 백합처럼 아름다운 어머니의 옛 기억을 아셨던지 입가에는 꽃잎처럼 벌어진 모습을 하고 현관 앞에 등장 하셨다. 어머니께 정중하게 두 손으로 장미꽃을 선물하시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와 그 많은 세월의 사랑을 필름에 담아 둔 것을 현상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웃으시는 모습에서 그동안 함께 했던 세월의 바람막이도 장미꽃으로 대신해 앞으로 도 더 많은 세월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사랑한다고 말씀하세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을까. 아버지의 두터운 입술에서 힘겹게 “사랑~ 허허 한다.” 어머니께서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 “엎드려서 절 받기야”하시면서 행복해하시는 모습에서 곁에 있는 내가 더 행복함을 느꼈다. 지금쯤 나의 남편과 이 자리까지 걸어왔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에 잠시 잠겨본다. 나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 같기도 해서 스스로 대리 만족도 해본다. 애정의 표현이 다양하지만 큰 것도 화려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작은 것도 함께 살면서 관심과 사랑으로 기억해주면 몇 배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부모님의 고귀한 사랑이 너무 부럽다. 그 많은 세월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하면서 특별한 험한 풍파를 겪지 않고서 고요속의 평정한 삶을 살았으니 말이다. 함께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악한 마음보다 선한 마음으로 서로 의지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옛말에 “할아버지 그늘이 손자 거름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식들도 그 덕분에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그늘에서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내 삶이 지쳐 무더울 데는 부모님의 꽃의 향기를 뿌려주신 정원에서 잠시 쉬워가면서 살아 볼까 한다.

2019-06-12 18: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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