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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일을 맞아
icon 정병기
icon 2021-03-05 08:53:14  |  icon 조회: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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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일을 맞아

 

동양에서는 경칩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뜻으로 한국에서 경칩이라는 단어는 봄의 도착을 의미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서양에서는 “the day on which insects appear from their holes in the earth.”“지구의 구멍에서 곤충이 나타나는 날.”이라고 한다.

 

경칩(驚蟄) 절기로는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있는 절기로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고 한다. 과학적인측면으로는 경칩은 태양의 황경이 345°인 날로 대개 매년 35일이나 6일이 되고 우수로부터 15일 후가 되는 날로, 이 무렵 기온이 비교적 빠르게 봄 천둥처럼 빨리 다가온다는 뜻이다. 경칩은 땅의 얼음이 녹으며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는 옛날 선조님들이 농경사회를 이루고 살아 절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하던 동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리며 만물이 소생한다는 날이다. 예전에는 우리조상들이 경칩(驚蟄)에는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그만큼 경칩(驚蟄) 봄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보며 봄철 조개가 맛이 좋은 제철이다. 봄 조개로는 특히 섬진강과 낙동강 등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곳에서 자라고 재첩 국으로 유명한 재첩,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고 어민들의 생계도 큰 몫을 한다고 하여 국민 조개라 불리는 바지락 등이 유명하다고 한다.

 

35일 오늘은 절기상 경칩(驚蟄·awakening of insects)이 시작되는 날이다. 경칩은 땅속의 벌레들을 비롯하여 미물들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했던 동면에서 또는 가사(假死) 상태에서 깨어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면이나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소생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며 소생을 시작했다는 것은 추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만큼 날씨가 따뜻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두가 희망이 있는 시작되는 날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무렵에는 얼었던 땅도 풀려 땅속의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개구리, 도롱뇽, 뱀 등과 같은 양서류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개시한다.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는 말처럼, 나무들 또한 겨울잠에서 깨어나 움을 틔우고 새싹을 내고 꽃을 피우기 위해 뿌리로부터 가지로 수액을 운반하는 일이 활발해진다. 고로쇠나무를 비롯한 단풍나무과의 나무들에서 수액이 먼저 흐르기 시작한다. 이 무렵 밀, 마늘, 양파, 시금치, 우엉 등과 같이 월동기에 생장을 멈추었던 농작물들도 다시 자라기 시작해 농촌의 일손이 바빠지는 날이기도 한다.

 

이처럼 경칩(驚蟄)부터 소생이 시작되고 봄이 제철을 맞게 되면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성장을 멈추었던 겨울 작물들의 생육을 돕기 위해 경칩 무렵부터 곡우 전까지 서너 차례 웃거름을 주어야 하고, 봄 작물의 파종을 준비하기 위해 논밭을 갈고 그 둑을 정비해야 한다. 예부터 구구소한(九九消寒) 또는 구구경우(九九耕牛)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구구는 동짓날로부터 81일째를 뜻하는데 312일이나 13일로 경칩 한 중간이다. 구구소한은 이때 추위가 가시고 물러난다는 뜻이고, 구구경우는 이때 소들이 밭을 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경칩(驚蟄) 무렵에 피어나는 초봄의 꽃들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일 뿐만 아니라 봄을 대표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백(李白)호지에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꽃은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지만 이른 봄에 산수유꽃과 매화꽃이 먼저 피어난다. 사실 따뜻한 지역에서는 겨울에 피는 꽃들도 있지만 이들 겨울 꽃은 몇 종 되지 않고 남녘에 한정되므로 중부 지방에서는 볼 수 없다. 그러니 꽃이 없는 추운 겨울을 막 벗어나 아직 대기에 싸늘한 기운이 남아 있는 때에 꽃망울을 터뜨린 화사한 꽃들이야말로 봄처럼 반가운 나머지 봄 그 자체로 느껴지는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 경칩을 맞아 모두가 움추렸던 가슴을 펴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답답한 마음도 풀고 심기일전해 희망을 찾는 봄날 경칩(驚蟄)이 되기를 아울러 바란다. /정병기<칼럼니스트>

2021-03-05 08: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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